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재검토 의견을 내자마자 정치권의 아전인수가 점입가경이다.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국책사업을 흔드는 행태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TK와 PK 간의 지역 대결도 다시 시작되는 듯해 아찔한 생각마저 든다.
국민의힘 소속 부산지역 의원 15명 전원은 20일 ‘부산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했다. 부산에선 간담회까지 열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이에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도부와 논의도 없이 법안을 냈다”며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주 원내대표의 지역구가 대구란 점에서 원내사령탑으로서 순수한 질타만으로 해석되지는 않는다. 대구·경북 의원들의 불편한 기류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내부 분란에 빠진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신공항은 얄팍한 표 계산으로 완수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혀를 차지만, 이런 혼란을 자초한 건 여당 탓이 크다. 이전 정부에서 종지부를 찍은 사안을 다시 들추고 검증위의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국토교통부에 가덕도신공항 타당성 검증 용역비 배정을 요구하는 등 ‘가덕도 띄우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국민의힘이 특별법을 발의하자 “선수를 놓쳤다”며 아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마치 가덕도로 결정이 난 것처럼 부산을 떠는 배경에는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있다. 거듭 말하지만 가덕도신공항을 거론하는 건 단계를 뛰어넘어도 한참 넘은 설레발이다. 총리실 검증위는 “김해신공항을 그대로 추진할지, 다른 공항을 선택할지는 정부의 권한”이라며 거듭 선을 그은 바 있다. 결국 김해신공항이 백지화되더라도 그것이 곧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치권이 18년이나 되풀이한 정략적 집단 행동을 되풀이하는 모습이 볼썽사납다. 동남권신공항 사업이 표류하며 지역민을 ‘희망고문’시킨 데는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국책사업은 선거운동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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