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존치' 개정 형법 24일 국무회의 상정…재연되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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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낙태죄 존치' 개정 형법 24일 국무회의 상정…재연되는 논란

입력
2020.11.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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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존치하되 예외 규정 둔 입법예고안
내용 그대로 24일 국무회의 상정될 예정
"임신중지 범죄화하는 낙태죄 전면 폐지"
의원 발의안과 국회서 거세게 충돌할 듯

15일 서울 신촌연세로 일대에서 대학생연합 페미니즘 동아리 '모두의 페미니즘' 소속 '낙태죄는 역사속으로 TF팀' 주최로 열린 '마지막 경고 : 낙태죄 전면 폐지 집회'에서 낙태죄 관련 정부 개정안 폐지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낙태죄 형법 개정안이 24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정부 고위당국자는 “지난번 고시 안에서 바뀌는 건 없다”며 “정부로서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전제로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성계가 정부 안에 강력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형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더라도 국회 통과까지는 또다시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조화"

지난해 4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형법 269조 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의 결정을 앞두고 재판관들이 입정해 착석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낙태죄 개정 논의는 지난해 4월 헌재가 “형법에서 임신중지를 한 여성을 처벌하는 조항(제269조 1항)과 임신한 여성의 부탁 또는 승낙을 받아 임신중지 시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는 조항(제270조 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결정하며 촉발됐다. 당시 헌재는 올해 12월 31일까지 국회가 헌재의 결정을 반영한 개선 입법을 하도록 주문하면서(헌법불합치),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에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주수 기준을 제시했다. 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헌재의 결정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접점을 찾으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법무부는 이어 지난 10월 7일 '낙태죄를 그대로 유지하되 임신 24주 이내에는 여성 스스로 임신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신설'한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임신 14주 이내에는 조건 없이 낙태를 결정할 수 있지만, 15주부터 24주까지는 기존 모자보건법상의 임신중지 사유에 해당하거나 사회ㆍ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 ‘조건부’로 임신중지를 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법무부 개정안은 대체로 헌재 결정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됐다. 헌재 결정 당시 단순 위헌 의견을 밝힌 재판관들은 “임신 제1삼분기(임신 14주 무렵)까지는 조건 없이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다”며 세부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여성계 "임신중지 결정을 범죄화하는 낙태죄 전면 폐지"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가 5일 국회 소통관에서 낙태죄 완전 폐지를 위한 형법, 모자보건법, 근로기준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윗줄오른쪽부터 강은미 원내대표, 김종철 대표, 이은주 의원, 정연욱 정책위의장, 장혜영 의원. 아래줄은 배복주 부대표. 오대근 기자

법조계와 당국 고위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24일 국무회의 안건에 오르는 낙태죄 형법(제269조ㆍ제270조) 개정안은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내용과 동일하다. 입법 과정을 돌이켜 보면 국무회의에서는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는 여성계의 강한 반발이다. 여성계에서는 법무부 입법 예고 이후 △낙태죄를 존치해 여전히 임신중지를 범죄화하고 있고, △여성의 마지막 생리일이나 초음파상의 태아 크기에 따라 '유추'될 뿐인 주수라는 불명확한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어 국민동의청원 10만명을 채운 낙태죄 전면 폐지안이 지난 3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됐다.

낙태죄 형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더라도 국회를 바로 통과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미 여성계의 '낙태죄 전면 폐지' 주장을 적극 반영한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이나 이은주 정의당 의원안이 경쟁법안으로 발의된 상태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안이 제출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의원 입법의 개정안과 함께 심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

낙태죄 둘러싼 논란 국회서 또 재연될 듯

정부가 형법상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7일 오후 서울 국회 앞에서 낙태 반대를 주장하는 시민(왼쪽)과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이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국회 입법 과정에서 낙태죄를 둘러싼 근본적 논란이 재연될 공산이 크다. 당장 “낙태죄는 형법에서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는 유일한 조항이라 전면 삭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헌재도 지난해 결정 당시 “태아도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된다"며 "국가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한 바 있다.

임신한 여성의 의사와 관계없이 고의로 임신중지하게 한 타인을 처벌하는 '부동의 낙태죄'(형법 제270조 2항)도 함께 삭제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ㆍ재생산권 보장에 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여성계에서는 낙태죄 전면 폐지 후 재생산권을 보장하는 후속 입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권인숙 의원실은 “상해죄를 적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태아를 생명권의 주체로 본 헌재의 해석뿐만 아니라 '태아를 모체의 신체 일부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도 반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


윤주영 기자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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