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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번씩 피 뽑는 ‘1형 당뇨’ 어린이들

입력
2020.11.23 04:30
수정
2020.11.23 18:0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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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린이가 어린이집에서 혈당 검사를 받고 있다. 양천구 제공

한 어린이가 어린이집에서 혈당 검사를 받고 있다. 양천구 제공


얼마 전 제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중학생 A군의 사연을 들었다. A군은 가끔 혈당이 급격히 떨어질 때 생기는 의식 저하 등을 겪지 않으려고 사탕을 가지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 먹곤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저혈당 증세가 나타날 것 같아서 가지고 다니던 사탕을 먹으려던 순간, 사정을 모르는 같은 반 친구가 장난으로 사탕을 빼앗으려고 했다. 화가 난 A군은 친구와 주먹다짐을 벌이다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국내에서 제1형 당뇨병을 앓는 소아ㆍ청소년(0~18세)은 3,000~4,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제1형 당뇨병은 전체 당뇨병의 1% 미만인 희소 질환으로 어릴 때 주로 발병하기에 ‘소아 당뇨병’으로 불리기도 한다. 제1형 당뇨병은 비만 등으로 인해 성인에게 주로 발생하는 제2형 당뇨병과는 다르다. 인슐린을 분비하는 몸속 췌장의 베타세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당뇨병이다.

제1형 당뇨병 환자는 평생 하루 8~10회가량 혈당 검사를 해야 하고, 인슐린 주사를 하루 3~4회 정도 놓아야 한다. 혈당 검사를 너무 많이 하다 보니 피를 뽑는 손가락에 굳은 살이 박히기도 한다. 이 과정을 게을리하면 혈당치의 오르내림이 급격해 의식을 잃는 ‘저혈당 쇼크’에 빠질 수 있고, 자칫 잠을 자다가 사망하는 ‘침대 사망 증후군’이 발생하기도 한다.

다행히 정부가 이 같은 소아ㆍ청소년 제1형 당뇨병 환자들의 어려움을 인식하면서 ‘소아 당뇨 어린이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다. 특히 올해부터 12세 이하 제1형 당뇨병 환자들은 인슐린을 정해진 시간에 적정량을 주입하는 데 도움을 주는 ‘수동형 인슐린 펌프(SAP)’와 피부 밑에 부착해 혈당량 변화를 실시간 알려주는 ‘연속혈당측정기(CGM)’에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병에 대한 인식 부재로 소아ㆍ청소년 환자가 화장실에서 몰래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했던 수년 전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하지만 여전히 어린 환자들은 사회의 편견 어린 시선과 언제 올지 모르는 저혈당 쇼크에 대비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제1형 당뇨병 환자 가족들은 “수동형 인슐린 펌프로는 저혈당 쇼크를 막는데 한계가 있기에 ‘자동형 인슐린 펌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몸의 인슐린 분비를 자동으로 체크하고 주입해 주는 자동형 인슐린 펌프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적어도 저혈당 쇼크나 침대 사망 증후군은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자동형 인슐린 펌프 값이 600만원에 달해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는 큰 부담인 게 사실이다. 여기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60억원 정도의 부담이 늘지만 일회성이고 이후에는 새로운 환자에게만 지원하면 되므로 추가 비용은 크게 들지 않는다.

제2형 당뇨병을 앓는 어른도 혈당 조절이 어려운데, 주의력이 떨어지고 한창 뛰어놀 어린이들이 매일 그것도 하루 8~10차례나 혈당을 체크하면서 목숨을 지켜내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보건당국이 소아ㆍ청소년 제1형 당뇨병 환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삶의 출발점부터 높은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 제1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무제한적인 지원과 혜택을 주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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