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헬스케어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사업을 추진해 관심을 끌었던 광주의 청연 메디컬 그룹 계열 병원장 3명이 일반회생을 신청했다.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른 현금 유동성 문제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일부 대표원장이 리츠 사업 추진 과정 등에서 지인 등에게 1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받거나 빌린 뒤 갚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피해자들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20일 법원 등에 따르면 광주의 양·한방 협진병원인 청연한방병원의 이모 대표원장이 지난 12일 서울회생법원에 일반회생을 신청했다. 이어 관계 병원인 서광주요양병원의 정모 대표원장과 수완청연요양병원 고모 대표원장도 이튿날 같은 법원에 일반회생을 신청했다. 또 사흘 뒤인 16일엔 이씨의 부인도 같은 법원에 일반회생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23일 이들에 대해 첫 심문 기일을 연다.
청연한방병원(277병상)은 2008년 3월 광주 서구 치평동에서 한의원으로 개원한 이후 동·서의학 융합을 통한 세계 최고 메디컬 그룹을 표방하며 '청연'이라는 브랜드로 국내외에 의료기관을 잇따라 세우는 등 사업 확장세가 가팔라 주목을 끌었다. 현재 전국에 관계 병·의원 14개가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대표원장은 부동산 임대사업체 대표까지 맡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원장은 한방병원 개원 이후 계속된 공격적 사업 확장 전략을 펼치면서 한계에 부딪혔고, 결국 최근 현금 유동성 문제까지 불거졌다. 이 대표원장은 지난 8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청연한방병원과 재활센터, 요양병원 건물 3개를 묶어 리츠 운영사에 팔고 곧바로 다시 임대해 이용하는 리츠 매각을 시도했다. 실제 병원 측과 리츠 운영사인 KB부동산신탁이 1,362억 원 규모의 거래에 협의했고 운영사는 이 중 460억 원을 외부 소액투자자들을 통해 조달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이달 초 KB부동산신탁에 대해 병원 리츠 영업 인가를 내주지 않아 병원 그룹의 자금난이 심화했다. 업계에선 병원 리츠 사업 중단으로 병원 측에 대한 금융권의 대출금 상환 압박이 이어지고 계열 병원과 관련 사업장들의 금융계좌까지 동결되면서 병원이 부도 위기에 몰리자 이 대표원장 등이 일반회생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병원 리츠 사업 추진 과정 등에서 지인 등으로부터 100억대의 자금을 빌린 것으로 알려진 이 대표원장이 회생을 신청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피해자는 "이 대표원장에게 병원 리츠 사업과 관련해 수십 억원을 빌려줬는데 이 대표원장이 갑자기 일반회생을 신청한 것은 결국 채권자들에게 돈을 갚지 않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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