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 면제 'MB 4대강' 따라가나"...여야 '과속'에 우려 커지는 동남권신공항

이전기사

구독이 추가 되었습니다.

구독이 취소 되었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예타 면제 'MB 4대강' 따라가나"...여야 '과속'에 우려 커지는 동남권신공항

입력
2020.11.20 11:00
수정
2020.11.20 15:38
0 0

더불어민주당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 의원들이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가덕신공항 건설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해신공항 추진에 대해 정부가 지난 17일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 정치권은 이를 사실상 김해신공항 ‘백지화’로 규정하고, 부산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속도를 내려는 모습이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일단락된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또 다시 쟁점화되는 분위기다. 노무현 정부 때 처음 필요성이 제기된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까지 20년 가깝게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번 발표 직후에도 4년전 경남 밀양 신공항을 원했던 대구ㆍ경북 지역의 반발이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해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밀어붙일 태세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정치권의 입장, 속내를 알아보기 위해 정치부 국회팀과 청와대팀, 경제부 세종시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나를 돌아봐(돌아봐)=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17일 결론을 내렸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세종행기차(기차)= 검증위 발표 핵심은 ‘행정 절차적 하자’입니다. 김해신공항 인근의 산악 장애물 존치를 전제로 수립한 신공항 기본계획은 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내용에 대한 결론이었습니다. 핵심 쟁점은 신설활주로 14방향(남동)이었습니다. 비행기 착륙시 인근 오봉산 등이 문제가 될 수 있어서, 산을 깎아야 한다는 주장인데 이럴 경우 기존 계획보다 비용이 치솟고, 개항 시기도 늦춰져 문제가 있다는 게 검증의 핵심이유였죠. 이런 차원에서 검증위는 "산 등 자연장애물을 방치하고자 할 때는 부산시가 국토부 또는 사업시행자 등과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산을 깎으려면 △사업 일정 △실현 가능성 △비용 등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치권은 이를 '백지화'로 해석하고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얘기하는 것이죠.

마음은콩밭에(콩밭)= 검증위 발표 취지는 “어떻게 할지 논의해 봐라”는 차원으로 해석하는 게 정확해 보입니다. 검증위 결론이 김해신공항을 “백지화 하라”는 게 아니라 “완벽하진 않지만 쓸 만은 할 것 같다”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이 기정사실화하는 것처럼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100%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정부 입장에서도 스스로 내린 결정을 4년 반 만에 다시 뒤집는 모양새가 부담스러운 분위기입니다.

돌아봐= 검증위의 결론을 여권 내부에서는 사전에 감지하고 있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콩밭=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중순 부산을 찾아 “동남권 신공항, 부산ㆍ울산ㆍ경남 여망을 외면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이달 초 부산에서 “희망고문을 끝내겠다”고 했습니다. 정 총리나 이 대표 모두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인사라 이런 발언을 두고 ‘조금만 기다려라, 곧 부ㆍ울ㆍ경이 원하는 결론이 나올 것이다’라는 뜻으로 여권 내부에서는 해석을 했죠. 검증위 최종 보고서가 나오기 전이었는데 말이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통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돌아봐= 이 과정에서 여당과 국토교통부 측의 반발도 노출됐죠.

볼빨간 사십대= 이달 초 이낙연 대표가 부산을 찾아 언급한 ‘가덕도 신공항 검증용역 예산 20억 증액' 부분에 대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국토교통위 회의에서 “어려운 일”이라고 반대한 게 발단이었습니다. 국토부는 김해신공항 사업에 대한 검증위 결론이 나오기 전에 특정 지역을 정하고 적정성을 검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었는데요. 절차를 따지는 국토부와 마음 급한 여당이 결국 충돌했습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누군가에게 “항명이야 항명. 국토교통부 2차관 빨리 (국회로) 들어오라고 해”라고 말하는 장면까지 목격돼 논란이 됐습니다.

기차= 실제 국토부는 4년 전 후보지 선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김해신공항 안전 우려도 기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김태병 국토부 항공정책실 공항항행정책관은 지난달 13일 국회 국토위의 부산시 국정감사에서 "김해공항 확장 시 인근의 금정산과 승학산과 충돌 위험은 없다"며 "활주로 최적화를 통해 김해 도심을 지나던 것을 농경지 산단을 지나도록 해서 소음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왼쪽)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대근 기자


돌아봐= 검증위 결론을 ‘김해신공항 백지화’로 규정한 민주당은 반색하는 모습이죠.

소통관 오미자= 민주당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17일 2시 검증위 발표 이후 민주당은 1시간 30분만에 대책 회의를 열었는데요. 회의 도중 한 의원이 “가덕도 신공항 됐나~”라고 구호를 외치자, 다들 “됐다~”라고 호응했다고 해요. 또 특별법 준비를 이미 마쳤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미 가덕도 특별법은 준비가 다 돼있다, 법제실에 맡겨놓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검증위 발표 다음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제정을 띄웠습니다.

정릉 막걸리(막걸리)= 사실 김해신공항에 정말 문제가 있다면 동남권 신공항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당연한 수순입니다. 신공항 수요가 정말 충분한지(수요조사), 최적의 입지는 어느 곳인지(입지선정), 수조원의 재정을 투입할 만큼의 경제성이 있는지(예비타당성조사)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 셈이죠. 그런데 민주당은 검증위가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내린 지 하루 만에 ‘가덕도 신공항’을 정답으로 정해놓고 특별법 제정에 나섰어요. 예비타당성조사 등 각종 행정 절차를 면제하고, 10조원에 이르는 건설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이죠. 내년 11월 ‘2030 월드엑스포’ 개최지가 확정되는데, 그 전에 가덕도 신공항 착공을 시작해야 엑스포를 부산에 유치할 수 있다며 '과속'하고 있는 셈이죠. 정의당에서 조차 “MB(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때 그렇게 비판하던 민주당이 이제는 MB정부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국민의힘 박수영(왼쪽) 하태경 의원이 20일 국회 의안과에 '부산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제출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돌아봐= 국민의힘은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말 그대로 애매한 분위기라면서요.

소통관 펀쿨섹좌= 영남권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국민의힘은 부산·경남(PK)와 대구·경북(TK) 의원들의 입장차가 첨예하게 갈렸 있습니다. 검증위 발표 직후 TK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아무 권한도 없는 총리실 검증위 결론에 맞춰 백지화 수순을 발는 것은 국민에 대한 횡포"라 강하게 반발했어요. 하지만 PK 의원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습니다. 20일에는 부산지역 의원들 전원이 참여해 '부산가덕도신공항특별법'을 발의했어요. 지도부도 엇박자를 냈습니다. 검증위 발표 당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의 정책 일관성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유감"이라면서도 "새로운 공항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다면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강구를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주호영 원내대표는 "사업 변경과정의 무리나 불법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감사원 감사 추진까지 시사했죠.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김 위원장과, 전통적 지지 기반인 TK 여론을 다독여야 하는 주 원내대표 입장이 다르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돌아봐= 청와대는 이번 결정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 같은데요.

콩밭= 청와대는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는 듯합니다. 비공식적으로도 “검증위 결정은 검증위 결정으로 봐달라. 정부 내에서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러나저러나 검증위가 ‘중립적 기구’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검증위가 낸 결론에 대해 다른 기관도 아닌 청와대가 어떤 입장을 표명하거나 평가를 덧붙이는 게 외압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죠.

정세균(오른쪽) 국무총리가 20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도식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돌아봐= 실제 내년 4월 보궐선거에서 신공항 이슈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막걸리=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가덕도 신공항 카드가 절묘한 한 수라는 평가가 많아요. 내년 4월 부산시장 보선은 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시장이 성추행 사건으로 물러나 치르는 것인데요. 야당 입장에선 ‘오거돈 성추행 심판론’만으로도 민주당을 코너에 몰아 넣을 수 있었죠. 그런데 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으로 판을 뒤집어버렸어요. '성추행 심판론'을 '가덕도 신공항' 이슈로 덮어버린 셈이죠. 민주당은 이를 고리로 ‘부산 지역 발전을 위해선 민주당을 찍어달라’고 공세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어요.

광화문 찍고 여의도= 작지 않은 여파가 있을 거라 봅니다. 부산시민들에게 공항 신설 문제는 지역경제와 더불어 나 자신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죠. 나부터 공항 이용객이 될 수 있으니까요. 야당이 지금처럼 TK와 PK 의원들의 분열 양상을 보일 수밖에 없는 문제라 여당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한국일보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정치부 카톡방담
한국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네이버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