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공항 vs 오거돈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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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공항 vs 오거돈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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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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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타당성 검증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16일 오후 부산 강서구 가덕도동 대항항 전망대에서 항공기 모형이 설치 돼 있다. 부산=연합뉴스

대개 공항 이름은 도시나 지역 명칭을 따와 짓지만 정치인 이름을 딴 사례도 적지 않다. 뉴욕을 대표하는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은 1964년 케네디 대통령 암살 한 달 후 지금 이름으로 바뀌었다. 워싱턴 관문 공항은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이름을 따 워싱턴 국제공항이었다가 1998년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국제공항이라는 다소 긴 이름이 됐다. 휴스턴의 조지 부시 공항,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 텔아비브의 벤 구리온 공항, 뉴델리의 인디라 간디 공항, 프라하의 하벨 공항, 몬트리올의 피에르 트뤼도 공항 등도 정치인 이름이 들어간 공항으로 유명하다.

□각 분야에서 이름을 날린 예술가나 유명인의 이름을 따라 짓는 경우도 있다. 뉴올리언스 대표 공항은 재즈 뮤지션 이름을 딴 루이 암스트롱 공항이고, 리버풀 공항은 비틀스 멤버 이름을 딴 존 레넌 공항이다. 바르샤바 공항 이름은 바르샤바 쇼팽 공항이다. 로마 공항과 베니스 공항도 각각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마르코 폴로 이름을 넣었다.

□인천국제공항도 한국을 대표하는 공항이라는 점에서 세종대왕의 이름을 따 세종국제공항으로 정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1992년 신공항 명칭 공모 결과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건 ‘세종공항’이었다. ‘인천공항’은 8위에 그쳤으나 공항 이름에 지역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인천 시민들의 강력한 요구로 인천국제공항이 됐다. 우리나라는 현재 17개 공항 이름이 모두 지역명으로 돼 있다.

□여권이 추진하는 가덕도 신공항을 두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가덕도 노무현 국제공항’으로 이름 붙이자고 제안하면서 또다시 논쟁이 일 조짐이다. 당장 야권에선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한 작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중 압권은 ‘차라리 오거돈 국제공항으로 하라’는 주장이다. 오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를 겨냥해 신공항을 밀어붙이고 있으니 ‘오거돈 국제공항으로 하라’는 비아냥인 셈이다. 영남권 신공항은 18년간 4개 정권을 거치면서 세 번이나 계획이 백지화될 정도로 부침이 심했다. 이런 정치 풍토면 설령 ‘노무현 국제공항’이라 이름 붙여도 몇 년 못 가 공항 이름을 바꾸자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김영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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