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교 당국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인근에 보관하고 있는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릴지 여부를 연내 결정 짓겠다는 계획을 시사했다. 사실상 해양방류로 굳힌 상태에서 오염수를 국제 기준에 맞춰 정화·희석하면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방류 후 방사성 물질 농도 모니터링 체계도 한국 등과 협조하에 운영할 것을 강조하며 주변국 설득에 나선 모양새다.
국내 원전계에선 일본 측의 주장이 과학적 관점에선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작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안전하다는 점만 반복해서 강조할 게 아니라 방출까지의 결정 과정과 방출 이후 관리 방법 논의 등에 주변국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공감대를 얻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주한일본대사관 측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한 오염수를 '다핵종 제거설비'(ALPS)로 정화해 원전 부지 내 탱크에 보관하고 있는데, 2022년 여름이면 저장 탱크가 가득 차게 된다. 대사관 관계자는 "앞으로 1, 2년 동안은 방출에 필요한 안전성 확보 기간으로 써야 해 조만간 방출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ALPS를 거치면 세슘137, 스트론튬90 등 방사성 물질 대부분이 제거되지만 방사성 물질 중 하나인 삼중수소는 걸러지지 않는다. 일본 측도 이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삼중수소는 세슘137 등과 달리 아주 약한 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질로 식수뿐 아니라 빗물, 사람의 몸속 등 자연계에도 존재하며, 오염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낮춰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연간 선량한도(인체에 무해하다고 판단되는 방사선 양적 한계) 1밀리시버트(mSv)의 1,000분의 1 수준인 0.00081mSv씩만 바다로 방류된다는 것이다.
원자력업계는 이번 건이 단순히 안전 기준 충족의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ALPS는 일반적인 원전에서 쓰이는 필터링 기술을 활용한 장비라 삼중수소를 제외한 방사성 물질이 배출 기준 미만으로 정화되는 게 맞다"며 "처리가 안 되는 삼중수소는 일본 배출 기준인 리터 당 6만베크렐(Bq)보다 훨씬 낮춰 장기간에 걸쳐 방류하겠다는 게 일본의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적으로도 기준치 이하 삼중수소를 바다에 방류하는 건 인정된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방류에는 최소 30~40년이 걸리는 데다, 정상 가동 중인 원전에서 배출되는 물과 달리 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수라는 점에서 철저한 해양 감시가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애초에 일본 정부는 해양방류뿐 아니라 수증기방출, 지하매설 등 5개 방안을 검토하다 해양방류로 기울었는데 그 과정에서 주변국이나 주민 의견수렴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안전 수치만 앞세우는 것보다는 적극적인 정보공개와 공개적 논의가 더 이뤄지면서 방류 결정의 정당성을 높이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광활한 바다에 비하면 방사성 물질이 워낙 극미량이라 농도 모니터링이 어려울 수 있다"며 "후쿠시마 원전과 가까운 곳에서 시료를 채취하고 그 과정에 국제원자력기구(IEAE)와 주변국을 참여시키는 등 보다 전향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을 제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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