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두고 “재벌 특혜가 아닌, 항공업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최근 국내 1ㆍ2위 항공사간 빅딜 발표 이후 정치권과 3자 주주연합(조현아ㆍ반도건설ㆍKCGI) 등이 "재벌 특혜" "밀실 협상"이라며 비난을 퍼붓자 적극 방어에 나선 것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19일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지난 16일 빅딜 방안 발표 이후 지속되는 논란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이른바 ‘백기사’ ‘특정인 특혜’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받아쳤다. 그간 3자 주주연합은, 산은이 대한항공이 아닌 경영권 분쟁 중인 한진칼에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참여하는 점을 두고 “국책은행이 조원태 회장에 힘을 실어준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조 회장과 협상한 것은 한진칼 대표로서 경영권을 가졌기 때문”이라며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권 분쟁은 네버엔딩 스토리(끝나지 않는 이야기)인데, 두 회사 모두 망한 다음 항공산업을 재편하라는 이야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증자 방식을 두고도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산은이 대한항공에 (주주로) 참여한다면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은 20% 미만이 된다”며 “지주사 요건 위반으로 공정위원회 징계를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강성부펀드(KCGI)에 불편한 감정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경영권을 3자 연합이 가졌다면 강성부 대표와 협상을 했겠지만, 강 대표는 사모펀드 대표로 자신의 돈은 0원이고 남의 돈으로 (운용을) 하는 분인데 어떤 책임을 물을 것이냐”고 지적했다.
‘혈세로 재벌에 특혜를 준다’는 비판에도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 모든 산업 중 재벌이 등장하지 않는 산업이 어디 있고, 재벌을 제외하고 항공산업 재편을 누구와 협상하느냐”고 반문하며 “재벌 특혜가 아닌 항공산업 발전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런 우려를 감안해 경영진 견제 장치를 촘촘하게 마련했다는게 산은의 입장이다. 최 부행장은 “위약금 5,000억원과 손해배상 이행 보장을 위해 조원태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 전체, 한진칼이 향후 인수할 대한항공 신주 7,300억원을 필요할 경우 임의처분할 권한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평가를 통해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조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퇴진한다는 의무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또 ‘경영평가위원회’와 ‘윤리경영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한 것과 별도로,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의결권 행사 기구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동걸 회장은 한진칼 이사회 의장인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수시로 의견을 나눴다는 항간의 설에 대해서는 “2004년 금융감독위원회를 떠난 뒤 만나거나 통화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 전 위원장이 막후 조언을 하며 협상을 이끌었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정치권에서 ‘밀실 야합’이란 비판이 제기돼 왔다.
다만 이 같은 해명에도 당분간 공방은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전날 KCGI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제3자 유상증자는 불법이라며 법원에 한진칼 유상증자에 대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만일 법원이 받아들이면 이번 빅딜은 무산되고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최 부행장은 “다수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 인용 여부를 검토했다”며 “거래가 무산되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계획대로 (채권단) 관리로 들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국내 1·2위 항공사 간 빅딜을 둘러싼 법정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산은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작업에서 계열주(총수 일가)에 대한 견제 장치로 '계열주의 한진칼·항공 계열사 경영 배제'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조 회장의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최고마케팅책임자)는 사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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