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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친위기구' 막겠다더니... '공수처장 비토권' 무력화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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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친위기구' 막겠다더니... '공수처장 비토권' 무력화 수순

입력
2020.11.19 19: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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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연내 출범' 위해 공수처법 개정 드라이브?
'야당 비토권 남기되, 시한 두는 방안'도 거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후보 추천 무산과 관련한 기자회견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후보 추천 무산과 관련한 기자회견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1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올해 안에 출범시키기 위한 법 개정에 착수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추천위)가 전날 ‘최종 후보 2명’ 압축에 실패하자, 곧바로 ‘야당의 공수처장 비토권’을 무력화 시키는 수순을 밟기 시작한 것이다. 민주당은 “국회 의석 수에 따라 결정해야 될 때가 됐다”며 힘의 논리를 앞세웠다.

지난해 말 공수처법 강행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은 “공수처법상 야당의 비토권이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한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후보를 결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7명 중 야당 몫 추천위원이 2명이어서 야당이 반대하면 결론을 낼 수 없는 구조다.

'7명 중 6명 찬성' 기준을 완화하는 쪽으로 공수처법을 개정, 야당 비토권을 무력화시겠다는 게 민주당 계획이다. 1년도 안 돼 중립성 보장 장치를 해제하겠다는 것이다. 거대 여당이 일관성 없이 스스로 설계한 룰조차 ‘수의 힘’으로 뜯어 고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과 긴급간담회에서 “소수 의견을 존중하려고 했던 공수처법이 악용돼 공수처 가동 자체가 저지되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법 절차에 따라 법사위에서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공수처장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합의제에 가까운 추천 절차를 마련했으나, 아무리 훌륭한 제도도 악용하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는 것을 야당 스스로 증명했다”며 “야당의 행태에 더는 끌려 다닐 수도 없고, 기다린다고 개선될 여지도 없어 보인다”고 단언했다. 법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공수처 법이 규정하고 있는 야당의 정상적인 비토권 범위를 뛰어넘었으므로 (비토권을) 이 정도 존중해줬으면 됐다”며 “국회의석 수에 따라서 결정해야 될 때가 됐다”고 ‘수의 힘’ 동원을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가 19일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과 간담회를 한 뒤 국회 당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배우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가 19일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과 간담회를 한 뒤 국회 당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배우한 기자


민주당은 이달 25일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공수처법 개정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태세다.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을 처리한 후 공수처장 최종 후보자 선정, 인사청문회 등을 절차를 착착 밟으면 연내 공수처 출범도 가능하다는 구상이다. 여당 법사위원들은 19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연내 공수처 출범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야당의 비토권’을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맞서는 거의 유일한 반론으로 삼아 왔다. 공수처가 ‘정권의 친위 기구’가 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쏟아질 때 마다 “공수처장 임명 시 야당의 비토권이 확실히 인정된다”고 맞섰다. 민주당이 야당 비토권을 폐지하면, 공수처 중립성을 포기한다는 모순이 생긴다.

이 때문에 비토권을 공수처법에 남겨 두되, 권한을 제한하는 절충안도 여당 일부에서 논의되고 있다. 예컨대 추천위 논의가 일정 기간 이상 공전하면 비토권을 무효화하는 방안이다. 이런 방향의 법 개정이 이뤄지면 ‘검찰개혁의 핵심인 공수처 연내 출범’이라는 시간표는 다소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은 ‘비토권 삭제’에 강하게 반발하며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를 요청하고 나섰다. 박 의장 측은 일단 여야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 박 의장은 19일 김태년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각각 만나 해법을 논의하기도 했다. 박 의장은 국회 본회의에서 “지금이라도 여야 지도부가 진지하게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결론을 내도록 협의해주시길 촉구한다”고만 했다.

김혜영 기자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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