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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소수한테 ‘저 놈은 전과자’ 사실 말해도 명예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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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소수한테 ‘저 놈은 전과자’ 사실 말해도 명예훼손”

입력
2020.11.19 16:5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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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합의체, 명예훼손죄 '공연성' 관련 판례 유지
"불특정 다수에 전파 가능성 있다면 공연성 인정"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전원합의체 사건을 선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전원합의체 사건을 선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정인을 겨냥해서 “저 놈은 전과자”라는 발언을 소수의 사람들한테만 했더라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향후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공연성(公然性)’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9일 상해와 폭행,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전남 고흥군에 살던 A씨는 2018년 마을 주민 B씨의 집 뒷길에서 “저것이 징역 살다 온 전과자다. 전과자가 늙은 부모 피를 빨아먹고 내려온 놈”이라고 크게 소리쳤다. 당시 현장에는 A씨의 남편과 B씨의 친척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마을 사람들에게 수차례 욕설을 하고 폭행한 별개 혐의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A씨는 모든 범행을 부인했으나, 1심은 유죄 판단을 내리면서 징역 6월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A씨 측은 명예훼손 부분과 관련, “해당 발언은 공연성이 없었고, B씨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B씨에 대해 ‘전과자’라고 말한 사실 자체는 있으나, 남편은 당시에도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B씨의 친척이 근처에 있다는 건 몰랐다는 이유였다. 그럼에도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발언이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며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봤다. 다만 일부 피해자에 대한 폭행 혐의를 공소 기각해 형량은 징역 4월로 줄어들었다.

대법원은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에 대한 ‘전파 가능성 법리’의 유지 여부를 쟁점으로 보고,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소수의 사람에게 유포한 사실이 다수에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명예훼손의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봤던 기존 판례를 계속 유지할지 논의한 것이다. 이 판례는 1968년 대법원의 첫 판결 이후, 50년 이상 공연성과 관련해 확립된 법리로 적용돼 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전파 가능성 법리에 대한 기존의 대법원 판례는 지금도 여전히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 10명은 “명예훼손죄는 명예를 훼손할 위험성이 발생한 것으로 족하다”며 “소수의 사람들한테만 발언했다 해도, 그로 인해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초래했다면 공연히 발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김재형 안철상 김선수 대법관은 “전파 가능성 법리는 명예훼손죄의 가벌성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한다”면서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3명의 대법관들은 “전파 가능성 유무도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 존재하기 어려워 적용에 자의가 개입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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