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2100년 우리나라가 입게 될 누적피해액은 평균 3,128조원에 달한다.”
최근 ‘온실가스 배출경로에 따른 기후변화 피해비용 분석’ 보고서를 낸 채여라 한국환경정책ㆍ평가연구원(KEI) 기후대기안전연구본부장은 “보수적으로 추산한 값이기 때문에 실제 피해는 더 클 수 있다”며 이렇게 경고했다. 그는 지난 13일 세종국책연구단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2020년부터 2100년까지 현재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할 때 받게 될 기후변화 누적피해액 최대값은 4,867조원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슈퍼예산’이라 불리는 내년 정부 예산안(556조)의 약 8.8배에 달하는 규모다. 채 본부장은 작물수확량 감소 등 시장피해와 사망자 속출ㆍ생물다양성 손실과 같은 비시장 피해, 해류 변화처럼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 피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피해를 합해 연도별로 합산해 최종값을 산출했다.
다만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행할 경우 같은 기간 발생할 누적 피해비용은 1,667조원으로 46% 급감했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만큼 흡수해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이 ‘0’인 상태다. 채 본부장은 “지난 9월 중국이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했고 우리나라와 일본은 그 기한을 2050년으로 제시했다”며 “기후변화협약 복귀를 예고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등장은 탄소중립을 향한 전 세계의 움직임을 더 빠르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탄소중립을 어떻게 달성할 지다. 채 본부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라며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를 ‘엇박자 정책’으로 지적했다. “한 부처에선 온실가스 저감 정책을 내놓고 다른 부처에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자동차가 더 많이 팔리도록 세금을 낮춰준다면 온실가스 저감 목표는 선언적인 수준에 그치게 될 것”이란 얘기다.
그러면서 “정책 우선순위를 정해 시기별 추진 전략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 부처가 갖고 온 방안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종합대책으로는 선택ㆍ집중을 할 수 없고, 그로 인한 정책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채 본부장은 “선진국에선 농업ㆍ수자원ㆍ건강 등 각 부문별 피해가 어떻게 될지 먼저 산출한 뒤 그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기후변화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국가 차원의 피해 비용 분석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각 나라가 유엔에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이행해도 2100년이면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2.7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온 만큼 NDC 감축목표량도 상향 조정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2015년 제21차 유엔기후변화회의에서 세계 195개국은 만장일치로 채택한 파리기후협약의 평균기온 상승 제한 온도(산업화 이전보다 2도)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NDC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이 마련한 2030년까지의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기여 방안으로,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7% 줄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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