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결마다 비토권 남용한 야당 책임 커
민주당도 공수처법 개정이 능사 아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추천위원회가 18일 3차 회의를 열었지만 후보 2인을 추천하는 데 실패하고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법정 시한이 7월 15일이었던 공수처 출범이 또다시 연기된 것은 비토권을 남용한 국민의힘과 그 추천위원들의 책임이 크다.
공수처장 후보로 추천되기 위해서는 추천위원 7명 중 6명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날 회의에서는 마지막까지 남은 후보자 2명 모두 5표씩밖에 얻지 못했다. 세 차례나 표결에 들어갔으나 국민의힘 측 추천위원 2명이 모두 반대표를 던진 결과다. 야당 추천위원들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후보는 물론이고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추천한 후보까지 동의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수처장 추천을 무산시켰다. 심지어 본인들이 추천한 후보조차 반대했다. 중립적 지위에 있는 법원행정처장과 변협 회장이 “이런 식이면 다음에 논의를 지속해봐야 의미가 없다”며 활동 종료를 선언한 건 이들의 비토권 남용이 얼마나 심했는지 가늠케 한다.
후보들을 무조건 비토하면서 회의 속개를 요구하는 것은 누가 봐도 시간 끌기 전략이다. 이런 식으로 법이 부여한 권한과 역할을 저버린다면 야당의 비토권을 없애려는 민주당의 법 개정 논리에 힘을 실어줄 뿐이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의결 정족수를 7명 중 6명에서 3분의 2로 완화하거나 추천위원을 여야 교섭단체 각 2명씩에서 국회 4명 일괄 추천으로 바꾸는 내용의 개정안 등이 올라와 있다. 공수처 연내 출범을 목표로 내건 민주당은 25일 법안소위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늦어도 12월 9일 정기국회 종료일 이전 본회의를 열어 처리한다는 구체적인 일정까지 제시했다. 이대로라면 여당이 의석 수로 밀어붙이고 야당은 극렬 반대하면서 정기국회 예산안 심사와 민생법안 처리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국의 경색도 문제지만 민주당이 공수처법 개정으로 직행하는 게 능사인지는 현실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검찰 개혁의 산물로 설치된 공수처가 초법적 권한과 지위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도로서 영속하려면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의 확보가 생명이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의회에서 여야 합의로 후보를 추천하는 것만 한 지름길은 없다. 법 제정 때 민주당 스스로 포함시킨 야당 비토권을 이제 와서 되돌리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아직은 민주당이 합의 추천의 기대를 저버릴 때가 아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추천위를 정쟁의 대리전으로 전락시킨 국민의힘이 먼저 변화 가능성을 보여야 한다.
공수처법에 따라 국회의장의 요청이나 추천위원장의 소집이 있으면 위원회는 재개될 수 있다. 마침 박병석 국회의장도 19일 여야 지도부에 협의를 촉구했다. 치열하게 다투다가도 타협을 이끌어내는 것이 정치다. 시간이 얼마 없다. 여야 모두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는 정치력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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