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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민은 아파트 원하는데... 빗나간 '영끌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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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민은 아파트 원하는데... 빗나간 '영끌 공급'

입력
2020.11.20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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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도심의 아파트단지 위로 비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뉴스1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도심의 아파트단지 위로 비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뉴스1

정부가 시급한 전세난 해소를 위해 향후 2년간 11만4,100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이른바 '영혼까지 끌어 모은' 전세대책을 19일 발표했다. 이전에 볼 수 없던 '공공전세'를 처음 도입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30년 거주 중형 임대주택도 모습을 드러냈다.

관건은 이번 대책이 전세난을 잠재울 수 있을지다. 정부는 당장 내년 상반기까지 전국에 4만9,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시장은 냉담한 분위기다. 거주여건이 좋은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자의 바람과 달리, 정작 공급 물량 대다수는 이와 동떨어진 탓이다.

대책 이후에도 전세난이 지속될 거란 전망이 높은 가운데, 오히려 그간 공적주택의 수요자였던 저소득 서민층의 주거 안정만 해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공실 공공임대, 전셋집으로 전환… 내달 모집공고

정부는 이날 2022년까지 전국에 전세 수요를 충족시킬 11만4,1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내년 상반기에 수도권 2만4,000가구를 포함해 총 4만9,100가구를 공급할 방침이다.

우선 공급되는 전셋집의 대다수는 현재 3개월 이상 공실 상태인 공공임대 주택이다. 총 3만9,100가구로 이번 대책 물량의 34.2%를 차지한다. 정부는 이 주택을 전세로 전환한 뒤, 다음달 말 모집공고를 내고 내년 2월에 입주시킬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4년간 살 수 있으며, 대기자가 없다면 2년을 더 살 수 있다. 입주 자격 제한도 없다.

처음 도입되는 공공전세 주택 물량도 상당하다. 2022년까지 전국 1만8,000가구가 공급된다. 수도권만 1만3,000가구에 달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현재 미분양 상태인 주택을 사들이는 '매입형'과 민간이 다세대·오피스텔을 건설하면, 추후 LH가 이를 사들여 공급하는 '매입약정형' 방식으로 나뉜다. 내년 4월부터 입주자 모집을 시작해서, 이르면 내년 하반기 입주가 이뤄질 예정이다. 정부는 무주택 실수요자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입주자를 선정한 뒤, 시세 90% 이하 전셋돈으로 최대 6년까지 거주를 보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전세형 주택 추가공급 방안

전세형 주택 추가공급 방안


"원하는 건 아파트인데"

하지만 당장 대책의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공급되는 주택 물량은 상당하나, 대부분은 최근 전세난에 시달리는 수요자들이 원하는 아파트가 아닌 빌라 등 다세대주택이나 오피스텔이기 때문이다. 수요가 많은 서울 주택 또한 2022년까지 3만5,300가구만 공급된다. 특히, 아파트는 건설형 공공임대 등 2,000가구 남짓에 불과하다.

김영한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은 "아파트는 단기간에 공급하기에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비(非)아파트를 빨리 공급해서, 아파트 전세 수요 압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 가운데 그나마 전세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을 수 있는 주택 유형은 입주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30년간 시세 대비 35~90% 수준으로 살 수 있는 '질 좋은 평생주택'의 경우, 일부 물량이 전용면적 60~85㎡로 제공되며 소득 기준도 다소 낮아진다. 하지만 정부에서 발표한 공급 일정은 사업승인 기준으로, 실제 입주는 2023년 이후부터 가능하다.

"서민 주거기회 빼앗을라"

이번 대책으로 저소득층이 피해를 볼 우려도 제기된다. 대규모로 공급될 공공임대 주택에 입주 자격이 없어지면 애초의 '서민 주거안정'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 실제 내년에 전세로 전환되는 공공임대의 45.6%(1만7,482가구)는 국민임대인데, 이 유형의 소득 기준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70% 이하다. 올해 4인 가구 기준 월 436만원 이하 소득자라는 의미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실 공공임대의 경우, 입주 경쟁이 발생하면 소득 수준에 따라 입주자를 선정할 계획"이라며 "저소득층의 입주 기회를 보장하겠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빈집으로 두는 것보다 당장 어려운 사람에게 공급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공공임대에 공실이 생기는 이유는 높은 소득 기준과 안 좋은 거주여건 때문"이라며 " 문턱을 낮추고 주거의 질을 높여 공실을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지, 중산층에게 이를 내어주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전세난 진압될까

부동산 업계에선 전세난 해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우선 공급 물량조차 실제 입주에 6개월이 걸리는 등 당장의 전세난 해소에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민간의 재고주택 물량을 풀도록 유도하는 등 수급 불균형 해소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밝힌 일정대로 공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공임대 공실은 기존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며, 나머지 물량은 이미 LH 등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라며 "신축 매입약정은 대기 사업자도 많으며, 다양한 비(非)주택 공실을 매입해 리모델링할 것이기에 물량 확보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강진구 기자
세종=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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