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테러 훈련 돕는 미군 700여명 철수 시작
"멘토 미군 떠나면 현지 부대는 붕괴될 것"
무장단체 알샤바브 발호로 테러 반복 우려
대선에서 지고도 해외주둔 군 철수를 밀어붙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몽니에 동아프리카의 소말리아 정부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오랜 내전을 딛고 국가의 틀을 복원하는 데 중심을 잡아 준 미군이 떠나면 무장단체의 보복 테러가 반복되는 폭력의 시대로 되돌아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가뜩이나 조만간 대선과 총선이 예정돼 있어 미군의 공백은 정치적 혼란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단행한 소말리아 병력 철수 명령으로 테러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소말리아에 있는 미군 700여명은 현지 대(對)테러 전투부대 다나브를 집중적으로 훈련시키고 있다. 다나브는 민간인에 대한 테러 공격을 방어하고, 최대 위협인 무장세력 알샤바브 고위 관계자 제거를 목표로 하는 핵심 군사조직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군 관계자를 인용, “미군과 다나브 부대는 테러 방지의 결정적 주도권을 행사했다”며 “멘토 역할을 자처했던 미군이 떠나면 부대는 말 그대로 붕괴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말리아 미군 철수는 이미 지난달 북부 도시 보사소와 갈카요에서 시작됐다.
알샤바브 방어 임무는 각각 소말리아 북ㆍ남쪽에 위치한 지부티와 케냐 미군에 이양될 전망이다. 하지만 안보 전문가들은 지난 몇 년 간 이 나라가 이룬 모든 발전을 백지로 만들 수 있다고 걱정한다. 영국 B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소말리아에 법률, 경찰, 정부 어느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전했다. 소말리아를 테러만 횡행하는 낙후된 나라로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7월엔 8년 전 폭탄 테러로 폐허가 된 수도 모가디슈의 국립극장 운영이 재개되는 등 도시는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민주주의의 싹도 어렵사리 틔웠다. 소말리아는 25년간 사실상 무정부 상태였지만 2017년 모하메드 압둘라히 모하메드 전 총리가 소말리아 의회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1991년 시아드 바레 독재정권 몰락 뒤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중앙정부가 다시 들어선 것이다.
당장 관건은 내달과 내년 2월 각각 예정된 총선, 대선이다. 민주주의를 착근시킬 절호의 기회지만 미군의 엄호가 없다면 무장군벌들이 난립하고 이슬람 세력이 개입하는 과거의 악몽이 되살아 날 가능성이 높다. 1인1표제를 도입해 완전한 민주 선거를 치르겠다는 희망도 치안 불안에 요원해졌다. 국제분쟁 전문 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CG)은 보고서를 통해 “선거를 앞둔 지금 소말리아의 정치적 긴장은 어느 때보다도 높다”면서 “투명한 선거가 시행되지 않으면 좌절감이 폭력으로 번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니나다를까 위험 징후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소리(VOA)방송은 “미군 철수가 보도된 몇 시간 후 모가디슈의 경찰 사관학교 근처에서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하는 알샤바브의 자살폭탄 테러로 최소 5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이런 테러의 악순환은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초 소말리아를 ‘적극적 적대행위 지역’으로 분류해 공습 재량권을 크게 확대한 뒤 대대적인 대테러 작전을 수행해온 탓이다. NYT에 따르면 이후 소말리아에서 알샤바브 조직원 사망 숫자는 세 번이나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문은 “2017년 600여명이 죽거나 다친 사상 최악의 모가디슈 테러 역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강화된 소말리아 군사 전략에 대한 보복이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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