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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반정부 시위 유혈충돌 조짐... 고무총, 페인트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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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반정부 시위 유혈충돌 조짐... 고무총, 페인트탄 등장

입력
2020.11.19 13:28
수정
2020.11.19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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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안 부결에 시위 과격화 양상 뚜렷
정권, 기다린 듯 "강경 처벌할 것" 공세

태국 반정부 시위에 가담한 한 청년이 18일 방콕 시내 경찰청사 외벽에 페인트를 뿌리고 있다. 방콕=로이터 연합뉴스

태국 반정부 시위에 가담한 한 청년이 18일 방콕 시내 경찰청사 외벽에 페인트를 뿌리고 있다. 방콕=로이터 연합뉴스

민주화 염원이 담긴 개헌안이 부결되면서 태국 반(反)정부 시위가 유혈 충돌 목전으로 치닫고 있다. 시위 지도부는 폭력적인 의사 표현이 정권과 군부에 쿠데타 명분만 줄 수 있다며 시민들을 달래고 있지만, 끓어오른 국민의 분노는 좀처럼 식을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19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태국 반정부 시위대 1만여명은 전날 방콕의 상업지구인 랏차쁘라송 사거리에서 집회를 시작한 뒤 인근 경찰청으로 행진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인원이 페인트 폭탄 등을 경찰청사에 던졌다. 17일 의회 앞 집회 당시 경찰의 고무총 진압으로 6명이 병원으로 후송되고 50여명 이상의 부상자가 나온 것에 대한 항의의 의미였다. 이들 뒤에는 고교생과 승려, 일반 시민들이 한 데 모여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 등의 요구가 담긴 시민 발의 개헌안이 전날 정기 의회에서 부결된 것을 강하게 성토했다. ‘세 손가락 경례’ ‘국민 런웨이’ 등 풍자와 상징 위주로 진행된 시위 양상이 급격히 과열된 것이다.

과격 움직임에 집회 지도부는 자제를 호소했다. 시위대의 정신적 지주인 인권변호사 아논 남파는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페인트 공격은 경찰이 파 놓은 함정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라며 “우리는 공세가 아니라 물대포나 최루탄 살포를 막아내는 방어 도구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지도자인 패릿 치와락도 “정권이 시위대의 분노를 유발해 집회를 폭력적으로 변질시키려 한다”면서 “쿠데타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모든 시위는 평화롭게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실제 태국은 1932년 절대왕정이 무너진 뒤 19차례나 쿠데타가 발생했으며, 현 정권도 2014년 같은 방식으로 정국 혼란을 틈타 집권에 성공했다.

정부는 노림수가 먹혀들었다는 판단 아래 대응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쁘라윳 총리는 전날 “시위가 폭력으로 변질되는 경향이 있어 더 엄격하게 법을 집행할 필요가 생겼다”며 “긴급조치 발동은 없겠지만 가해 시위대는 법률적 기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경찰도 “17일 의회 앞 반정부 시위 일부는 허가를 받지 않았다”면서 형사처벌을 예고했다. 다만 총격 진압 의혹에 대해선 구체적 해명 대신 “반정부 시위대 인근에 있던 왕당파 한 명이 총기를 소지한 것으로 확인돼 체포 조사 중”이라고만 밝혔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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