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 갈등 지금이 풀 적기, 한일 정상 결심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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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 갈등 지금이 풀 적기, 한일 정상 결심만 남았다"

입력
2020.11.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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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의 응시-강창일 전 한일의원연맹 회장

강창일 한일의원연맹 명예회장은 19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대위변제 방식으로 우리 정부가 징용 배상금을 우선 지급하고 일본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해법이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고영권 기자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로 불거진 한일 갈등이 2년 넘게 답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최근 이를 타개하려는 양국 고위급 대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코로나19로 단절됐던 한일 왕래가 완화되자마자 지난달 일본의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이 방한한데 이어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드물게 3일 일정으로 한국을 다녀갔다. 화답이라도 하듯 이번에는 한국 쪽에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한일의원연맹 의원들이 각각 일본을 방문해 스가 요시히데 총리 등을 만났다. “징용 문제 해법을 한국이 내놓으라”는 일본의 태도가 변한 건 아니지만 “현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본에서도 나오고 있다. 징용 해법을 둘러싼 양국 정부의 실무 협의가 “상당히 진행돼 근접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난달까지 3년여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지낸 강창일 전 의원을 19일 서울 양재동 사회디자인연구소에서 만났다. 도쿄대에서 ‘근대 일본의 조선 침략과 대아시아주의’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귀국해 배재대에서 가르치다 정치를 시작한 강 전 의원은 4선을 끝으로 지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여당의 대표적인 일본 전문가다. 지금은 동국대 석좌교수로 한일 근대사를 가르치고 있다.

-한일 정치인과 주요 당국자 왕래가 부쩍 잦아졌다. 지난해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한일 갈등 해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나.

“지난해 8월 방일의원단을 꾸려 일본에 갔을 때 냉랭했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이 바쁘다며 약속된 면담을 취소하더니, 12월 한일의원연맹으로 가서도 관례인 총리 예방조차 못했다. 해가 바뀌면서 분위기가 일변했다. 1월 초 민단 신년하례식 참석 때 일한의원연맹의 누카가 후쿠시로 회장, 가와무라 다케오 간사장을 두루 만났다. 두 사람 모두 아베 총리가 한일 갈등을 풀 생각이 있다고 했다. 그때 일본쪽 요청으로 니카이 간사장과도 30분 남짓 이야기를 나누며 같은 의지를 확인했다. 이번 박지원 원장이나 한일의원연맹 방일이 대단한 내용을 가지고 진행된 것은 아니겠지만 문제 해결로 나아가는 분위기 조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일본의 태도가 바뀐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상황은 일본 총리 교체와 무관하지 않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자민당 내 자기 세력이 없다. 총리가 되는데 큰 도움을 준 것이 니카이 간사장 등인데 이들은 자민당 내 대표적인 친한, 친중파 정치인이다. 스가가 실용주의 성향인데다 자기 입으로 외교에 약하다고 했기 때문에 이들과 상의하면서 정치를 해가지 않겠나. 이대로 한일 관계를 끌고 가는 것이 일본을 위해 도움될 게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본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가와무라 간사장과 만났나.

“만났다. 올 때 스가 총리에게 이야기 하고 왔다면서 야당까지 포함해 정말 두루두루 한국 주요 인사들을 만나고 갔다. 그가 왔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한일 관계를 풀고 싶다는 직접적인 사인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나누지는 않았지만 덕담처럼 ‘통 크게 놀아라’고 하니 ‘그래야지’ 하더라.”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지금까지 일본이 보여 온 태도에 변화가 없다.

“과거사 문제는 자존심이나 명분 싸움이라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그럴 텐데 속내는 다를 수 있다. 국내 여론을 염두에 두어야 하니 대외적으로 원칙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만 실제는 다른 이야기가 오갈 수도 있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 아닌가.”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 압류자산 처분을 하지 않겠다는 보증을 요구한다.

“현금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자꾸 나오는데 쉽게 진행될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본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만나보면 그들도 나라 걱정을 많이 한다. 피해 당사자도, 그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도 한결 같이 한일 관계가 좋아지기를 바란다. 현금화는 한일 국교가 파탄이라도 나는 상황에서나 가능한 것 아니냐. 지금 문제 되거나 문제가 될 배상금은 따져 보면 큰 돈이 아니다. 전부 해도 몇백억 원 정도다. 다양한 해결 방식이 가능하고 그런 노력이 진행 중이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는 내년 도쿄올림픽을 남북미일의 해묵은 갈등을 풀 좋은 기회로 삼으려는 듯하다. 한일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그게 가능하겠나.

“일본으로서도 한국과 손잡고 올림픽 잘 치르는 걸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일본의 중요한 외교 현안인 납북 피해자 문제에서 우리 정부가 도움을 줄 부분도 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북일 대화를 조언하지 않았나. 비단 과거사만이 아니라 한일이 손잡고 해결할 과제가 많고 지금이 그런 이야기를 해 가기 적당한 시기다.”

-필요는 알겠지만 현실이 그렇게 움직이는 것 같지는 않다.

“한일 문제는 정상 간 의지만 있으면 금방 풀린다. 우리는 의지가 있다. 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일본을 향해 대화하자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아베는 대안을 내놓으라며 원칙만 주장해 꽉 막힌 상황이었다. 계속 그런 식이면 곤란하다. 테이블에 앉아 대화하자는데 백기투항하라는 건 협상하는 자세가 아니다. 협상 테이블에서 서로 사정을 이야기해 가며 지혜를 짜내야 한다.”

-한일 공동기금을 통한 배상 등 다양한 강제징용 해법이 입법안 발의 등 여러 형태로 제안되고 있다. 어떤 방안이 현실성 있나.

“이른바 ‘문희상안’은 엄청난 재원이 필요한데도 자발적 성금으로 모든 걸 하게끔 했다. 성금이 모이지 않으면 정부가 돈을 대야 한다. 아마도 6조원 정도는 들 텐데, 피해자로서는 정부 돈을 받는 난감함이 없지 않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도 어긋난다. 이대로는 한일 모두 경제에 타격이 있으니 일본 경제단체연합회나 우리 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에서 기업이 자발적으로 내자는 의견을 모을 수도 있다. 도덕적으로 일본을 이기자며 성금 모금을 말하는 전현직 정치인도 없지 않다.

피해자 구제라는 국민 보호를 해야 하는데 일본이 끝까지 돈을 못 내겠다고 한다면 대위변제 형식으로 우리 정부가 채권을 사서 지급하고 일본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다. 지난해 11월 말 피해자 단체 관계자를 비롯해 여러 전문가와 회의했을 때 정부가 피해자 채권을 사서 해결하고 구상권 청구를 하자는 이야기가 오갔다. 청와대와 총리실에서도 와서 들었다. 정부에서 여론을 수렴하면서 2년 동안 고민해 해법을 가다듬는 것으로 안다.”

-위안부 문제도 한일이 새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과제다.

“일부에서 합의 파기라고 하는데 문재인 정부가 합의 자체를 파기한 적은 없다. 현실적으로 재단이 없어지긴 했지만 위안부 재단을 만든 뒤 이사들이 하나 둘 그만두면서 저절로 작동 불능 상태가 된 것이다. 위안부 문제 합의는 지난 대선 때 여야 할 것 없이 모든 후보가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일본 돈을 가지고 기금을 만들어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면서 할머니들을 두 번 팔아먹는 꼴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반대가 심했던 거다. 징용문제 해법을 모색할 때 이 문제도 같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남은 일본 자금에다 우리 돈을 보태 새로운 재단을 만들어 관련 사업을 하는 방식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미국 정권이 바뀐다. 트럼프 정권에서는 한일 갈등에 무심했다는 평가도 있는데 바이든 새 정부에서 변화가 있을까.

“트럼프 정부는 무책임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ISOMIA)이나 위안부 문제 합의는 우리가 안 하려던 것을 미국의 압력으로 하게 된 측면이 있다. 그래 놓고 문제가 불거지면 나 몰라라 하는 식이었다. 주한 미국대사관 쪽에서 찾아 왔을 때 당신들이 개입해 지소미아, 위안부 문제 합의를 만들어 놓고 문제가 생겼는데 가만히 있느냐고 따진 적이 있다. 트럼프에 전하라면서 아이디어까지 줬다. 지소미아 유지와 수출규제 철회를 한일이 동시 발표하고, 강제동원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니 협상 테이블에 앉아 대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면 일방적으로 일본 편 드는 것밖에 안 된다고도 했다.

그와 달리 바이든은 한일을 향해 좀더 적극적인 외교를 펼칠 것이다. 큰 틀에서 문제 해결 방향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걸 우리 내부에서 정치적으로 잘 풀어가야 할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을 갖고 그런 압력에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위안부 문제가 해결 안 되면 일본과 만나지도 않겠다고 하다가 갑자기 오바마 정부의 압박을 받고 허둥대며 엉터리 합의한 박근혜 정부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김범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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