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전국 신규 확진자 300명 넘었지만
정부 "1.5단계로 위기 극복"하자며 격상 소극적
"방역보다 경제로 기울면 더 큰 피해" 비판 커져
'확진 852명' 가짜뉴스까지 기승 방역망 위협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이틀 연속 300명 이상 발생하는 등 8월 2차 대유행에 이은 '3차 대유행'의 서막이 올랐다는 신호가 끊임없이 발신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서민 경제 타격"을 이유로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1.5→ 2단계) 등 선제적 방역 단행을 머뭇거리고 있다. 정부가 경제와 방역 사이에서 중심을 못잡으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사이, 신규 확진자 수를 두고 가짜뉴스가 퍼지는 등 방역체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금이 가는 모습마저 나타나고 있다.
19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전일 대비 343명 늘어 누적 2만9,654명에 달했다. 전날(313명)에 이어 잇따라 300명대의 신규 확진자 규모를 기록한 것이다.
전날에 비해 수치상으로는 30명이 는 정도에 그쳤지만, 지역사회 감염자만 따져보면 이날 293명으로, 하루 전인 18일 0시 기준(245명) 규모에 비해 48명이나 급증했다. 해외유입 사례가 68명에서 50명으로 줄어들면서 전체 신규 감염자 수가 그다지 크게 늘지 않은 것처럼 보인 것이다. 실상은 2단계 거리두기 상향의 기준 중 하나인 '1주간 일일 국내 감염 평균 300명'에 빠르게 다가가고 있는 셈이다.
거리두기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신호는 이뿐만이 아니다. 소규모 집단감염도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전날 9개 신규 집단감염이 확인된 데 이어 이날도 정오 기준 △서울 서대문구 대학교 (11명 확진) △서울 서초구 종교시설 (11명) △서울 도봉구 종교시설 (23명) △서울 서대문구 요양원 (14명) △서울 노원구 일가족 (15명) △수도권 동창 운동모임 (9명) △서울 중랑구 체육시설 (8명) △경기 김포시 노래방 (9명) △경기 파주시 홍보제작업체 (8명) △전남 순천시 마을 (9명) △강원 철원군 아이돌봄이 (7명) 등 11개 집단감염이 새롭게 발생했다.
심상찮은 확진자 증가세에 정부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대규모 재확산의 기로에 선 위태로운 상황"이라 강조했고,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도 브리핑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확진의 속도, 질병이 진단되는 비율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백브리핑에서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고, 이러다 변곡점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게 아닌가 싶다"며 모임과 회식 등을 자제해달라 당부했다.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우려와 달리 정부는 경제에 끼칠 영향을 고려해 거리두기 단계 격상 등 방역강화 조치에는 거듭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 차장은 "우리 모두가 방역전선에 나서지 않는다면 돌이키기 어려운 재난적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서민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2단계 조치 없이 이번 위기를 극복하자"고 독려했다. 손 반장도 "1.5단계 효과를 알기 위해서는 대략 열흘에서 2주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며 "상황을 지켜보면서 단계 상향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2주가 안돼도 중간에 상황을 점검해 단계를 상향할 수 있지만, 짧은 시간에 단계를 연달아 올리면 문제가 발생한다"며 "지난 8월에도 2단계 효과가 나오기 전에 2.5단계로 높여 효과는 배가 되지 않은 반면 민생에만 (부정적인)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2단계 만으로도 환자 감소 효과를 볼 수 있었는데 섣불리 단계를 추가조정해 경제적 타격만 커졌다는 취지다. 앞서 정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2차 대유행이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자 8월 23일 전국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격상한 데 이어 일주일만인 8월 30일에 2.5단계로 한 차례 더 높였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부의 안이한 태도를 비판하며 이날 0시부터 시행된 1.5단계 거리두기를 서둘러 2단계로 격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를 제대로 진단하고 적기에 수술해야 하는데 계속 '아직 아니다'고 버티고 있는 꼴"이라며 "환자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돼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까지 가고 난 뒤에는 어떤 방법으로도 손을 쓸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경제와 방역을 동시에 잡을 수 없다"며 "방역을 선제적으로 하되 경제 피해 최소화를 위해 자영업자에 대해 정부가 마땅한 지원을 해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단계 격상을 미적거리며 상황을 악화시키는 사이 방역체계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가짜뉴스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전날 오후 6시부터 출처를 알 수 없는 국내 확진자 수 집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돌았는데, 412명(오후 6시)→582명(9시)→632명(10시)→852명(11시) 등으로 명수가 급증해 불안감을 키웠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이대로가면 국민은 실체없는 불안에 빠지고 경제와 일상활동 위축으로 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해당 가짜뉴스와 관련해 경찰청 등과의 협의를 통해 법적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한편 방역당국은 내달 3일로 예정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위해 이날부터 수능 당일까지를 특별방역기간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학원이나 교습소, 스터디카페 등의 방역 점검이 강화되고, 수능 1주 전부터는 학원과 교습소에 대면 교습 자제가 권고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수능이 2주 밖에 안 남았고, 쉽게 연기할 수 있는 시험도 아니다"며 수능 일정에는 변동이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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