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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반면교사 삼아야 할 한국축구 ‘오스트리아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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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반면교사 삼아야 할 한국축구 ‘오스트리아 참사’

입력
2020.11.19 16:59
수정
2020.11.19 18:5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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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7일 오스트리아 빈 인근 마리아 엔처스도르프의 BSFZ 아레나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평가전서 황희찬이 득점하자 한 데 모여 축하하고 있다. 빈=AP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7일 오스트리아 빈 인근 마리아 엔처스도르프의 BSFZ 아레나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평가전서 황희찬이 득점하자 한 데 모여 축하하고 있다. 빈=AP 연합뉴스.


이쯤 되면 ‘오스트리아 참사(慘事)’다. 한국 축구사에선 2011년 한일전에서 0-3으로 참패를 당한 ‘삿포로 참사’를 포함해 라이벌이나 약체에 대패했을 때 쓰던 표현이지만, 이번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완전히 졌다. 전 세계 스포츠계를 통틀어 가장 완벽에 가까운 방역 시스템을 보였던 한국의 자부심이 무너졌을 뿐 아니라,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와 소속팀에도 걱정과 민폐가 된 모양새라 씁쓸함은 더 크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15일과 17일 오스트리아에서 펼친 두 차례 평가전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카타르와 2차전을 앞둔 시점까지 6명의 선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소속팀으로 복귀한 황희찬(24ㆍ라이프치히)까지 확진자로 분류되면서 손흥민(28ㆍ토트넘)을 포함해 대표팀에서 흩어진 선수들을 둘러싼 코로나19 확산 공포는 한동안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 팀에 적응해야 할 황희찬을 비롯해 권창훈(26ㆍ프라이부르크) 황인범(24ㆍ루빈 카잔) 등이 확진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전북의 손준호(28), 이주용(28) 서울의 주세종(30), 윤종규(22)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가 열릴 카타르 도하 대신 국내로 돌아왔다. 오스트리아의 호텔에서 자가격리 중인 조현우(29ㆍ울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무사히 한국으로 갈 수 있기를…”이라며 답답한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협회는 방역에 대한 노력을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이지만, 유럽과 국내 방역 매뉴얼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모르고 떠난 게 아니란 데에서 책임을 피할 순 없다. 협회가 멕시코와 1차전 진행의 근거로 내세운 국제축구연맹(FIFA)와 유럽축구연맹(UEFA) 방역 매뉴얼은 일단 확진자가 발생하면 그 선수를 제외하고 경기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국내에서 고집했던 매뉴얼보다는 훨씬 느슨하다.

오스트리아 내 선수단 숙소에서도 한국 선수들이 철저히 분리된 공간에서 생활하고 오스트리아 정부 방침 아래 호텔 측의 방역도 철저했다는 협회 주장이 사실이라면, 유럽파 선수들이 잠복기 때 대표팀에 소집돼 전파됐을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게 축구계 안팎의 시선이다. 짧은 소집기간과 촉박한 경기일정으로 훈련과 경기, 이동, 식사 때 선수들간 접촉이 불가피해 확산 또한 빨랐던 것으로 보인다. '마피아 게임'이 언급 되거나, 득점 후 한 데 엉켜 세리머니를 펼치는 장면에서도 선수들 간 거리두기 일상화가 이뤄지지 않은 장면이 드러난 점도 아쉽다.

잠복기 위험을 무릅쓴 소집이었기에 추가 확진자 발생 우려도 한동안 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울산 선수 가운데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원두재(23)와 김태환(31) 정승현(26)은 카타르 도하에 도착했지만, 구단은 훈련 합류를 최대한 늦추기로 했다. 울산 관계자는 “일단 AFC 매뉴얼상으론 도착 후 코로나19 음성 반응이 나오면 3윌 뒤부터 선수단 합류가 가능하지만, A대표팀에 합류했던 선수들의 활동 공간을 최대한 분리 할 계획”이라고 했다.

축구계를 비롯한 체육계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향후 도쿄올림픽 예선과 본선 등을 이유로 해외 원정이 불가피한 다른 종목단체는 물론 정부까지도 꼭 되짚어 봐야 할 사건이다. 부상 방지 및 부상자 관리가 팀의 전력으로 여겨져 온 것처럼, 코로나19 예방 및 대처능력도 이제 팀의 주요 전력이 된 셈이다. 감염 위험이 조금이라도 열려 있는 원정을 가능한 피하되, 원정이 불가피하다면 선수 본인 및 소속팀 의사를 존중하는 계기로도 삼아야 한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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