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연간 매출이 100만달러(약 11억원)보다 적은 중소 개발사 앱에 대해서는 결제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15%로 대폭 할인해주겠다는 정책을 내놨다. 애플 방식을 핑계로 내년부터 모든 앱에 수수료 30%인 인앱결제를 강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구글 입장에서는 '한 방 먹은' 셈이다.
애플은 18일 "내년 1월 1일부터 매출이 적은 개발사들에게는 앱스토어를 통해 발생하는 결제액의 15%만을 수수료로 받을 것"이라고 발표하며 "소규모 앱과 개인 개발자들이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도 획기적인 앱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수수료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은 △직전 연도 매출이 100만달러 이하거나 △앱스토어를 처음 사용하는 개발자다. 만약 수수료 할인을 받는 도중에 연매출이 100만달러를 넘어서면 남은 기간 동안은 30% 요율이 적용된다.
애플이 갑자기 당근책을 내놓은 이유는 최근 에픽게임즈와의 반독점 소송 등으로 인해 수수료율이 과도하다는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를 서비스하고 있는 에픽게임즈는 게임 내에서 애플이 제공하는 인앱결제 외 다른 결제 수단을 추가로 제공했는데, 애플이 이를 이유로 포트나이트 앱을 앱스토어에서 지워버리자 소송을 제기했다. 에픽게임즈는 30%에 달하는 애플의 인앱결제 수수료가 과다하며, 애플이 경쟁을 억압하기 위해 앱 장터에 대한 통제를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플의 이번 조치로 가장 난감한 건 구글이다. 구글이 그 동안 애플의 사례를 예로 들며 30% 수수료에 대한 정당성을 스스로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구글은 그 동안 게임에서만 강요하던 인앱결제 방식을 내년부터 모든 앱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자체 결제 시스템을 만들기 어려운 중소 개발자들에게는 구글의 인앱결제가 훨씬 편리하고 좋은 수단"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구글플레이가 전체 앱마켓의 70%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에서는 구글의 이 같은 조치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이날 "구글의 일방적인 정책 변경으로 인한 국내 모바일 콘텐츠산업 매출 감소는 단기적으로 잡아도 3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이를 계기로 구글의 정책 노선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여야간 논의가 지지부진해 연내 통과가 불투명한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등에도 다시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중소 개발사들은 글로벌 경제의 중추이자 혁신과 기회의 핵심이고, 애플 앱스토어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이라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의 통로"라며 "이번 프로그램은 개발자가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고, 앱 개발에 더 많은 자원을 쏟고, 팀을 확장하고,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앱을 계속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