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추천위)가 18일 3차 회의를 열고 ‘최종 후보자 2명’ 압축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회의를 마친 추천위는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후보 추천권(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을 강행하기로 방침을 굳혔다. 다음달 2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하고 연내에 공수처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에 반발하는 야당과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5명 동의 2명 후보 나왔지만...7명 중 6명 찬성 의결정족수 못 넘어
공수처장 추천위원인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회장은 이날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후보군을 압축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추천에 필요한) 6명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며 “초대 공수처장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드린 점에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고 죄송하다”고 밝혔다.
추천위는 이날 예비후보 10명을 대상으로 약 4시간 30분간 검증 작업을 이어갔지만, 최종 후보자를 결정하지 못했다. 세차례 투표 과정에서 각각 변협과 추미애 법무부장관 추천 후보인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전현정 법무법인 케이씨엘 변호사가 7명의 추천위원중 5명의 동의를 얻었다. 하지만 의결 정족수인 6명의 찬성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해 최종 추천은 무산됐다. 국민의힘 추천 위원 2명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국민의힘 추천위원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적 중립성, 조직 운영을 위한 장악력 부분에서 결격이라 봤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추천 위원들은 10명의 후보를 추리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추천한 후보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군 압축에 실패한 추천위는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헌 변호사 등 국민의힘 몫 추천위원 2명은 회의를 다시 열어 후보자를 압축하자고 제안했지만, 나머지 추천위원 5명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추천위원 3분의1 이상인 3명이 속개를 요청하거나 박병석 국회의장이 소집을 요구하면 회의가 재개될 수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에 대해 이찬희 회장은 “다시 회의를 한다고 해서 후보를 결정할 수 있을지 근본적 의문이 들었다"며 “다음 회의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의미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공수처 논의는) 정치에서 시작했으니 정치로 돌아가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공을 사실상 여야에 넘겼다.
민주당, 공수처법 개정 돌입...이르면 2일 본회의 처리 가능성
후보 추천 무산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곧장 공수처법 개정에 나서기로 방침을 정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 반대로 합의에 의한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좌절된 것"이라며 "민주당은 법제사법위가 중심이 돼 대안을 신속히 추진해 올해 안에 공수처를 반드시 출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윤호중 민주당 의원도 이날 “단호하게 법 개정 작업에 착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잡혀 있는 의사 일정에 따라 12월 2일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법사위가 모든 준비를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25일 법사위 법안소위를 시작으로 다음달 2일 본회의를 열어 공수처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백혜련,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이미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핵심은 의결구조 개선인데 민주당은 현행 7명의 추천위원 중 6명 찬성을 3분 2이상(5명)으로 전환하는 방안으로 바꾼다는 구상이다. 법안이 통과되고 추천위원회가 다시 열려 후보 추천이 이뤄지면 다음달 중순쯤 공수처장 인사청문회를 열고 목표대로 임기내에 공수처를 출범시킬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계산이다.
174석의 민주당이기 때문에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에 큰 장애물은 없어 보인다. 다만 법사위 소위부터 이를 막아서려는 국민의힘과의 마찰은 불가피해 보인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공수처 추천위 자진 해체는 민주당이 공수처장 추천을 마음대로 하도록 상납하는 법치 파괴 행위"라며 "추천위원들은 후안무치한 법치파괴 행위를 중단하고 추천위 회의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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