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토아, 홈쇼핑 방송 데이터 분석 나서?
판매 실적에 연출·편성·날씨 등 영향 분석?
데이터 쌓이면 '잘 팔리는 방송' 공식 도출 가능?
"내년에는 시청자 개인 맞춤형 홈쇼핑 도전"
'어떻게 해야 잘 팔릴까?'
홈쇼핑 업계의 오래된 고민이다. 같은 상품이라도 방송 연출 방식에 따라 판매량이 달라지기도 하고 방송 시간이나 그날의 날씨 등 변수도 상당하지만 맞춤형 상관관계 파악은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특히 일반적인 TV홈쇼핑은 시청자 쪽으로만 콘텐츠가 전달되는 단방향에 생방송으로 이뤄져 미리 상품 선택, 연출, 편성, 외부요인 등과 판매량 사이 '법칙'을 파악하기 힘들다.
아날로그적인 운영 방식 탓에 제작자나 진행자의 '직감'이나 연출자의 노하우에 기대던 홈쇼핑 업계가 '데이터'를 만나 달라지고 있다. 생방송이 아닌 녹화된 주문형비디오(VOD) 기반으로 홈쇼핑 방송을 제공하고 TV에 설치된 셋톱박스를 통해 시청자의 시청 및 구매 데이터가 수집되는 T커머스(TV를 통한 양방향 전자상거래)가 등장하면서부터다. 국내 T커머스 1위 기업인 SK스토아가 지난 1년여간 수집된 데이터로 잘 팔리는 방송 공식을 알려주는 분석 프로그램을 내놨다.
SK스토아는 18일 'SK스토아 온 비전'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SK스토아 온 비전은 방송 연출과 판매를 비롯해 시간대와 상품, 시청자 수, 날씨 등이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계량화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월 SK스토아 방송 채널 안에서 여러 홈쇼핑 상품을 VOD로 제공해 리모컨으로 돌려가며 구매할 수 있는 SK스토아 온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번 분석 프로그램은 그동안 SK스토아 온 이용자들의 시청과 구매, 상품, 방송 연출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지금까지 TV홈쇼핑은 생방송 중 들어오는 주문 건수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매진 임박' '마지막 혜택' 등을 강조하며 판매량 상승을 유도하는 데 그쳤다. SK스토아 온 비전은 특정 방송 장면별로 시청자 수, 주문 건수 등의 수치를 산출해 그래프로 보여준다. 쇼호스트가 어떤 멘트를 할 때 주문이 많아지고 어떤 장면에서 시청자가 채널 돌리기를 멈추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상품 흥행이나 부진의 원인을 연구할 수 있는 기본 데이터가 제시된다고 이해하면 된다. 요일·시간대·지역별 시청 비율과 판매 실적, 구매 고객 연령과 성비 등도 함께 제공된다.
실제 시범적으로 한 프라이팬 방송 분석을 진행한 결과 여러 구성품 중 하나로 끼어 있던 사각 프라이팬이 화면에 나올 때 시청자 수가 최대 10배 급증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사각 프라이팬 노출 화면을 늘려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는 게 SK스토아의 설명이다.
정교한 분석에는 방대한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올 10월 기준으로 SK스토아 온에는 접속 가구 451만가구, VOD 시청 건수 496만건, 페이지뷰 863만건의 데이터가 확보돼 있다. 모두 지난해 10월보다 4, 5배 늘었다. 지금은 방송에 대한 분석 결과로 편성이나 연출, 상품 선택 등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지만 내년에는 TV 앞에 앉은 시청자들에게 각자의 취향에 맞는 방송과 프로모션 등을 보여주는 개인화 서비스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TV는 가구가 공유하는 매체여서 맞춤형 서비스를 정확하게 구현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윤석암 SK스토아 대표는 "건강식품, 완구류 등 구매 정보로 시니어가 있는 가구인지, 아이를 키우는 집인지 등 가구 맞춤형 서비스로 시작해 시간대별 시청자 추적, 프로필 선택 기능 등으로 점차 개인화 서비스를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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