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18일 진행한 항소심 첫 공판서
"다른 사람이 했다면 (내가) 신고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9살 난 의붓아들을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40대가 10일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여행가방에 겨우 9살밖에 안 된 동거남의 아들을 가둬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은 40대 계모가 항소심에서 “살인 의도는 없었다”며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대전고법 형사1부(부장 이준명)는 18일 오후 2시 30분 316호 법정에서 살인·상습 아동학대·특수상해죄 피고인 성모(41)씨 사건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성씨 변호인은 이날 항소 이유를 통해 “훈육 차원에서 학대는 인정하지만,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1심고 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범죄 사실을 보면 11개월간 11차례 폭행했는데, 1개월에 한번 꼴로 상습폭행이라고 보기 어렵고, 성씨는 평소 아이를 훈육할 때 옷방이나 옷장에 가두곤 했는데 이날 가방으로 바뀌어 오랜 시간 학대로 결국 숨졌다”며 “살인보다 학대치사에 가깝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또 “1심 재판부는 성씨가 친자녀들을 범행에 끌어들였고, 향후 그 책임을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고 판시했지만, 이는 부적절하다”며 “상식적으로 학대가 아닌 살인 행위에 자녀들을 가담시켰을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반면 검찰은 “성씨의 범행 이후 태도나 범행 수법 등에 비춰 재범 가능성이 높은 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성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재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검찰이 이 사건 피해아동의 친할아버지를 증인으로 신청하자 성씨 변호인은 “감정에 호소할 뿐 객관적 진술을 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 가족으로서 감정적 발언은 충분히 할 수 있고, 법정에 나와 진술할 권리가 있다”며 증인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아울러 이날 “훈육 차원이었다지만 친자녀들과는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친자녀들도 말을 안 들으면 가방에 가뒀느냐”, “누군가 이런 행위를 한다면 본인은 지켜볼 수 있느냐”는 등 성씨를 꾸짖는 동시에 범행 동기와 경위 등에 대해 꼼꼼히 따져 물었다.
성씨는 이에 대해 “친자녀들을 가방에 가두지는 않았다. 누군가 이런 행동을 했다면 곧바로 신고했을 것 같다”고 답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음달 16일 두 번째 공판을 열 예정이다.
지난 6월 5일 계모에 의해 여행용 가방 속에 갇혔다가 숨진 초등학생이 다녔던 학교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한 교사가 묵념을 하고 있다. 이준호 기자
성씨는 지난 6월 1일 오후 7시 25분쯤 천안의 한 아파트에서 의붓아들이 거짓말을 했다며 여행용 가방에 3시간 동안 가두고, 가방 안에 용변을 보자 더 작은 가방에 가두는 등 학대해 결국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의 현장 검증 과정에서 성씨가 피해 아동을 가둔 두 번째 가방은 몸보다 더 작아 가방 속에서 가슴과 배, 허벅지가 밀착되고 목이 90도 가까이 꺾였을 것으로 추정됐다.
성씨는 피해아동이 “숨이 안 쉬어진다”고 고통을 호소했지만 오히려 가방 위에 올라가 수차례 뛰는 등 계속 학대했고, 숨을 쉬기 위해 지퍼부분을 떼어내고 손가락을 내밀자 테이프까지 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과정을 거쳐 총 13시간가량 가방에 갇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피해아동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틀 뒤인 3일 오후 6시 30분 저산소성 뇌손상 등으로 결국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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