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에 담합 증거를 제출해 과징금을 감면받는 ‘조사협조자’로 인정받기 위해선 공정위의 충분한 증거 확보에 앞서 해당 증거를 제공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한국스택이 “과징금 감면 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기계설비 공사 업체인 한국스택은 2008년부터 2015년 11월까지 건설사 77곳이 발주한 연도ㆍ에어덕트 시공 797건의 입찰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회사들과 낙찰 예정 업체, 투찰 가격 등을 미리 합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위는 2016년 말 한국스택 등 23개 업체를 무더기 적발한 뒤, 한국스택에 과징금 23억5,900만원을 부과했다.
그러자 한국스택은 공정위가 담합 정황을 포착해 첫 현장 조사에 나섰던 2014년 5월 ‘담합 인정 확인서’ 등을 낸 사실을 들어 “과징금을 감면해 달라”고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1순위 조사협조자엔 100%, 2순위 조사협조자엔 50%의 과징금을 감면해 주는 제도를 이용하려 한 셈이다. 다만 공정위는 ‘한국스택이 조사에 적극 협조했다’며 과징금 10%를 감경해 줬다.
한국스택은 이 같은 공정위 처분에 불복, 서울고법에 행정소소을 제기했다. 서울고법은 “한국스택을 ‘2순위 조사협조자’로 인정해 줄 수 있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 줬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공정위가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이후, 증거를 제공한 공동행위(담합) 참여자는 1순위는 물론, 2순위 조사협조자도 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이어 “조사협조자 감면 제도는 공동행위 참여 사업자들 간 신뢰를 떨어뜨리고, 공정위가 부당 공동행위를 쉽게 적발하려는 취지”라며 “공정위가 이미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다음엔 조사협조자가 성립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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