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희 사건' 어머니 이나금씨 인터뷰
집도의 최근 의료법 위반 적용 기소돼
사고 나도 의사 쪽에 '기울어진 운동장'
"법적으로만 다투려는 의사들?큰 문제"
고(故) 권대희씨의 어머니, 이나금씨가 17일 서울 강서구 자택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며 지난 4년간 법정투쟁을 회상하고 있다. 이씨는 "수술실 폐쇄회로(CC)TV가 집도의에 대한 검찰의 의료법 위반 혐의 불기소 처분을 뒤집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통과에 전력할 뜻을 밝혔다. 왕태석 선임기자
“폐쇄회로(CC)TV가 없었다면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서 어떻게 이길 수 있었겠어요. '공장식 성형수술' 관련 의료사고를 막으려면 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합니다.”
성형수술 도중 과다출혈로 사망한 고(故) 권대희씨의 어머니인 이나금(60)씨가 전하는 메시지는 뚜렷했다. 이씨는 검찰이 집도의사의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하자, 이에 불복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고, 최근 의사의 혐의가 인정돼 재판에 넘겨졌다. 스물 다섯 살 아들을 의료사고로 잃고 4년 동안 법적투쟁을 이어온 이씨는 서울 강서구 자택에서 만난 기자에게 'CCTV'라는 말을 수없이 언급했다.
아들의 죽음과 관련한 검찰 수사를 지켜보면서 그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환자에게는 집도의가 수술한다고 말해놓고는, 실제론 환자 여럿을 동시에 전신 마취 상태에서 수술했어요. 봉합은 의사면허를 갓 딴 ‘초짜’가 맡고, 지혈은 간호조무사가 담당한 전형적인 ‘공장식 성형수술’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집도의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만 기소하고, 형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의료법 위반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이씨는 이런 검찰의 판단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렵게 수술실 CCTV를 확보해 수술과정을 수백 번 보면서 의무기록과 일일이 대조하고, 문제점을 찾아내 경찰과 검찰에 알렸다. 영상을 보는 게 너무 무서웠지만, 다행히 의사의 잘못을 여럿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검찰은 집도의에 대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지 않았다.
최근 법원의 재정신청 인용으로 집도의가 추가로 재판에 넘겨지기까지 4년이 걸렸다. 2016년 9월 아들이 수술실에서 쏟은 피만큼이나 많은 눈물을 쏟은 지난한 과정이었다. 이씨는 법적 투쟁을 위해 사망사고 발생 6개월 뒤부터는 아예 고향인 대구를 떠나 서울로 이사를 왔다. 청와대에 아들의 억울한 죽음과 관련해 두 차례 청원을 했고, 서초동 검찰청 주변에서 33일, 국회 앞에서 100일 동안 1인 시위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를 가장 힘들게 했던 점은 수술실 내부에서 벌어진 일과 관련한 증거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의료사고의 경우 과실 입증책임이 전적으로 환자 측에 있고, 법도 돈 있고 힘 있는 의사에게 기울어져 있더군요. 집도의를 기소하지 않은 검사는 감찰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영전했고요.” 결국 이씨가 내린 결론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였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환자 권리를 보호하고, 의료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CCTV뿐이라는 것이다.
이씨는 의료사고가 나면 입증 책임을 환자에게만 떠넘기니, 의사들이 수술을 하다가 사고를 내도 책임질 생각은 안 하고 법적으로 해결할 생각만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사가 사고 조사와 손해배상 협의를 하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부담이 적지 않느냐"며 "의사들이 책임을 회피하려고 사건을 법정으로 끌고 가는 것을 막으려면 환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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