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현 교수, 국내 첫 관련 연구
중상자 사망 가능성도 9% 달해
속도 5㎞ 줄이면 충격 36% 감소
배달 오토바이와 전동 킥보드 등 교통수단이 차도를 벗어나 보도(인도) 위를 달리는 일이 늘어나면서 보행자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충돌 사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런 사고가 얼마나 위험한지 밝힌 과학적 분석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보행자 안전에 대한 연구가 정부보다 민간에서 먼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퍼스널 모빌리티 사고 유형별 상해 위험성 분석’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인형 이동장치와 보행자의 가상충돌 시험 결과를 분석한 논문으로 올해 초 발표됐다. 한국일보는 논문을 쓴 김규현 홍익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교수를 최근 만나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퍼스널 모빌리티·PM)가 초래할 수 있는 보행자 사고 위험에 대해 들어봤다.
김 교수는 자동차 충돌 시험의 인체 상해 측정 방법을 이번 연구에 적용했다. 다만 시험 대상은 개인형 이동장치 중 전동외륜보드(원휠)와 전동이륜보드(투휠)로 전동 킥보드는 제외됐다. 시험속도는 시속 25㎞로 공유 전동 킥보드 최고 속도와 같이 설정됐다. 김 교수는 본보에 “전동 킥보드는 원휠, 투휠보다 무겁고 전면에 딱딱한 금속 재질의 손잡이 지지대가 달려 있어 같은 속도로 충돌했을 때 원휠, 투휠보다 보행자의 중상 가능성이 더 높다”며 “이번 시험 결과로 전동 킥보드와 보행자의 충돌 결과를 짐작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험 결과 원휠과 정면 충돌시 가만히 서있는 보행자는 복합상해 가능성, 즉 머리나 가슴에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95%(보행자가 바닥에 넘어져 입는 부상 포함)에 달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그 밖에 원휠과 투휠로 시험한 전방, 측면, 후방 충돌 시험에선 보행자의 중상 가능성이 모두 100%였다. 중상에서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8~9% 수준이다. 신체 부위별 충격량 분석에서도 기준치를 뛰어넘는 높은 값이 모든 충돌 상황에서 나타났다. 자동차였다면 안전 기준을 통과할 수 없는 수준이다. 물론 전동 킥보드가 보행자와 충돌 직전 감속할 수도 있고, 보행자도 몸을 움직여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개인형 이동장치가 보행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시험 결과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면 충돌시 부상 위험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교수는 “충격량, 즉 운동 에너지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전동 킥보드의 제한 속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며 “자동차처럼 전동 킥보드에도 보행자 충격 최소화를 위한 장치를 의무 부착하게 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행자와 충돌시 운동 에너지는 전동 킥보드의 최고속도를 시속 20㎞로 감속시 36%, 15㎞로 감속시 64%나 감소한다.
이번 시험은 보행자 충돌에 대한 첫 분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가상 시험이라는 한계가 있다. 실물 인체 모형(더미)을 활용한 후속 시험이 필요하지만 비용과 설비 문제 등으로 소수의 민간 연구자들이 나서기는 쉽지 않다.
김 교수는 "정확한 사고 위험성과 예방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후속 시험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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