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정부, 월 수만달러 내고 로비업체와 계약
이집트, 터키 등 중동 국가들 적극적으로 나서
"12월, 포춘 500대 기업들도 활발히 움직일 것"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버티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전 세계는 조 바이든 당선인을 사실상 새 미국 대통령으로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각국 정부기관과 기업들이 트럼프의 4년과 결별하고 바이든 차기 행정부에 줄을 대기 위한 ‘로비 전쟁'이 한창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많게는 수천만달러가 밀려드는 현금 잔치에 로비업계는 벌써부터 ‘돈방석’에 오를 부푼 꿈을 꾸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로비스트들이 돈벌이가 되는 신임 대통령과 그들의 관계를 부각시키고 있다”며 워싱턴 정가로 몰려드는 외국정부와 기업들의 눈치 싸움에 주목했다. 바이든 당선인과 연계된 로비스트 및 관련 회사들은 거물급 잠재 고객에게 조용하지만 강하게 물밑작업을 하고, 연고가 없는 기업 등도 나름 로비업체 확보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와 색깔이 전혀 다를 차기 행정부와의 연결고리를 구축해야 하는 외국정부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바이든 측을 향한 이들의 구애는 상당히 적극적이다.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쪽은 중동 국가들이다. 민주당의 한 로비스트는 신문에 “최근 며칠간 이집트, 터키, 아랍에미리트 정부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눴다”며 “죄다 바이든 행정부에 들어가려고 발버둥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오래 일한 로비스트 매니 오르티즈도 얼마 전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등 정부 인사들과 만났다. 심지어 이집트 정부는 거물급 로비회사 브라운슈타인 하야트 파버 슈렉과 매월 6만5,000달러(7,200만원)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 승기를 잡자마자 계약이 급히 성사된 점만 봐도 외국 정부가 연줄 잡기에 얼마나 혈안이 됐는지 알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예상되는 내각 명단을 작성했는데, 바이든 당선인의 30년 지기 참모 론 클레인이 실제로 백악관 비서실장에 낙점되기도 했다.
유럽과 아프리카 국가들도 바쁘긴 마찬가지다. 이 지역 22개국 외교관들은 3일 대선일 이튿날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대변인을 지냈고, 민주당과 긴밀한 관계인 조 록하트가 강연한 화상컨퍼런스에 집중했다. 행사 주최는 클린턴 행정부 출신들이 설립한 컨설팅회사로 바이든 측과 관련된 내용이 많았다. 이곳 역시 한달 계약금만 6만5,000~7만5,000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도 앞다퉈 로비전에 뛰어들고 있다. 애플 등 저명 기업 수십 곳을 고객으로 둔 로비회사 인바리언트라의 헤더 포데스타 대표는 지난 몇 주 동안 새로운 기업들과 계약을 맺었다. 바이든 시대를 준비하는 에너지·소비재·기술·방산업체들이 대부분이다. 그는 “진짜 변화는 12월에 올 것”이라며 “포춘 선정 500대 기업이 결정을 내리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린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지난해 외국 정부에 의해 고용된 로비스트들의 활동을 제한한다고 공언했지만, 최근 임명된 스티브 리체티 백악관 선임고문이 로비스트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NYT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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