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품위법 230조, 총기판매자보호법
과도한 법적 면책에 개정 목소리 거세
"법보다 IT업계 독점 해소가 시급" 주장도
지난달 미국 대선을 목전에 두고 터진 최대 핫 이슈는 뉴욕포스트가 제기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차남 헌터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연루 의혹이었다. 하지만 보도 한 시간 후, 27억 트위터 사용자들은 해당 기사가 “유해하다”는 이유로 공유할 수 없다는 업체의 공지를 받았다. 이틀 뒤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해당 조치가 부적절하다고 인정했고, 공유를 재허용했다. 공유 제한조치에도 이 의혹은 10월 마지막주 기사로 선정됐다. 현대판 최강의 언로(言路)인 소셜미디어의 위력을 새삼 확인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힘이 커지면 그늘도 있는 법. 비판론자들은 트위터가 정보를 자의적으로 제한한 부분을 문제 삼는다. 로이터통신은 1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의 ‘면책특권’을 보장하는 통신품위법 230조의 장ㆍ단점을 총기판매자보호법(PLCAA)과 비교해 분석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총기 모두 책임감 있게 다루면 사회질서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지만, 오ㆍ남용의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해악을 미친다는 점에서 같다. 그런데 두 대상은 미국사회에서 법적으로 막강한 보호를 받는 점에서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996년 제정된 통신품위법 230조는 소셜미디어 업체들의 빠른 성장을 뒷받침한 원동력이었다. 이용자가 올린 게시물에 대해 법적 책임을 면제받도록 한 건데, SNS의 영향력이 막대해지면서 문제가 되는 게시물까지 묵과해왔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2020년 미 대선의 까다로움은 ‘어떤 말을 허용해야 될지’ ‘누가 이를 결정해야 할지’와 같이 해결될 수 없는 질문에 시급히 답을 내놔야 할 필요성을 더욱 깨닫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2005년 도입된 PLCAA 역시 기본적으로 총기 사고의 책임을 총기 판매자 및 제작자에게 묻지 않기로 하는 법이지만, 제작자가 장전표시등 등 최소 안전장치를 부착할 의무도 벗게 해줬다.
통신은 “총기업계와 정보기술(IT) 기업 둘 다 소송에서 유리한 법적 보호 형태로 불공정한 보조금을 받는 셈”이라며 “보호는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마법 갑옷’이나 다름 없는 소셜미디어의 권한은 현재 미 의회에서도 가장 큰 이슈다. 통신품위법 230조 개정안은 초당적 공감을 얻으며 상원 법사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 도시 CEO도 전날 법사위 청문회에 출석해 법 개정에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해법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제재는 필요하지만 특권을 완전히 무효화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해결책이냐는 반론이다. 미 정보인권단체인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은 “정치인들이 앞장서 IT 업체들을 비판하자 ‘통신품위법 때리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며 “플랫폼에 막대한 법적 위험과 재정이 소요되는 ‘중립성’을 요구하는 것은 산업의 진입 장벽을 오히려 높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페이스북 등과 달리 소규모 플랫폼은 ‘사실 확인’ 알고리즘을 갖추는 것 자체가 어려워 산업의 다양성을 파괴할 수 있다는 논리다. EFF 측은 그러면서 “우리에게 20개의 플랫폼이 있다면 페이스북이 가짜뉴스를 잘 가려내는지 여부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라며 법 개정보다는 IT 업계의 독과점 구조 타파가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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