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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보기 힘든 ‘느림의 미학’, 유희관에겐 시련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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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보기 힘든 ‘느림의 미학’, 유희관에겐 시련의 계절

입력
2020.11.18 15:3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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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1회에 교체되는 유희관. 연합뉴스

KT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1회에 교체되는 유희관. 연합뉴스

“아직 기용 여부를 잘 모르겠다.”

두산 좌완 선발 유희관(34)이 사령탑의 구상에서 잊혀지는 모양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유희관을 어떻게 활용할지 지금 뭐라고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또 NC와 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는 “4차전 선발이든, 불펜이든 생각은 하고 있는데 실제 쓰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유희관은 프로야구 역대 4번째로 8년 연속 10승을 달성한 투수다. 가장 빠른 공이 시속 130㎞대에 불과하지만 정교한 제구와 노련한 수 싸움으로 ‘느림의 미학’을 선사했다. 큰 경기 경험도 풍부하다. 2013년 한국시리즈를 처음 경험했고, 2015년부터는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개근했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유희관의 ‘가을 야구’는 악몽으로 뒤덮였다. 2018년 SK와 한국시리즈에서 유희관은 김태형 감독에게 철저히 외면 당했다. 그 해 유희관은 10승을 거뒀지만 평균자책점이 6.70으로 풀타임을 뛴 이후 가장 저조했다. 사령탑의 신뢰를 잃은 탓에 시리즈 내내 벤치를 지켰던 그는 두산이 2승3패로 끌려가던 6차전 승부가 연장까지 접어들자 13회초 마운드에 등장했다. 구원 등판 결과는 참담했다. SK 한동민에게 결승 홈런을 얻어 맞았고, 두산은 SK에 패권을 내줬다.

이듬해에도 시련은 계속됐다. 두산이 키움과 한국시리즈에서 3연승을 거둔 덕분에 유희관은 여유를 갖고 4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그러나 출발부터 불안했다. 1회는 수비 실책이 겹쳐 2실점한 뒤 2회에 아웃카운트 1개를 잡지 못하고 3안타 1볼넷을 내준 다음 강판했다. 유희관의 4차전 성적은 1이닝 5피안타 1볼넷 6실점(4자책)이다.

올 가을은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두 자릿수 승리를 기어코 달성하며 기분 좋게 포스트시즌을 맞았지만 첫 경기에서 0.1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가는 수모를 당했다. KT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 선발 등판한 그는 연속 3안타를 맞고 강판했다. 무사 1ㆍ2루에서 3번 멜 로하스 주니어의 큼지막한 타구 때 2루 주자 조용호가 판단 실수로 홈에서 잡힌 덕분에 아웃카운트 1개를 벌었지, 조용호의 득점이 인정됐더라면 0이닝 강판이 될 뻔했다.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 차원이 다른 무대로, 타자들의 집중력과 선구안이 절정에 달한다. 때문에 힘과 구위로 밀어붙이는 투수의 성공 가능성이 크다. 국제 대회에서도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대우 받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유희관처럼 반대 유형은 제구가 의도한 대로 되지 않고,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이 좁으면 공이 느리기 때문에 난타 당하기 쉽다.

그나마 유희관이 이번 NC와 한국시리즈에서 내세울 점은 상대 전적이다. 유희관은 올해 NC를 상대로 두 차례 나가 1승 평균자책점 2.77(13이닝 4실점)로 잘 던졌다. 4년 전 좋은 기억도 있다. 2016년 NC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무실점 역투로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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