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일본해' 대신 숫자로...새 국제 표준 해도 나온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일본해' 대신 숫자로...새 국제 표준 해도 나온다

입력
2020.11.17 17:50
5면
0 0

IHO 각 바다 이름 고유식별 번호로 표기키로
"기존 해도는 표준 지위 잃고 '출판물'로서만 존재"
'일본해' 주장 힘을 잃게 됐으나 일본 측 아전인수식 해석도

국제수로기구(IHO)가 세계 각국이 바다의 이름을 표기할 때 기준으로 삼는 표준 해도(海圖) 집에 동해나 일본해와 같은 명칭 대신 번호로 표기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17일 서울 성북구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 사무실에서 관계자들이 동해로 표기한 자체 홍보물과 동해와 일본해가 병기된 외국 출판물 등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수로기구(IHO)가 세계 각국이 바다의 이름을 표기할 때 기준으로 삼는 표준 해도(海圖) 집에 동해나 일본해와 같은 명칭 대신 번호로 표기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17일 서울 성북구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 사무실에서 관계자들이 동해로 표기한 자체 홍보물과 동해와 일본해가 병기된 외국 출판물 등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표준 해도(海圖)를 제작· 관리하는 국제수로기구(IHO)가 각국 바다 이름을 고유 식별 번호로 표기하도록 한 새로운 해도를 제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존 해도의 '일본해(Sea of Japan·일본이 주장하는 동해 이름)' 명칭 또한 숫자로 대체된다.

17일 외교부와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IHO는 16일 화상 총회를 열고 국제 해도 지침서인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의 개정안에 합의했다. 특정 바다 이름 대신 고유 식별번호를 부여한 디지털 해도인 S-130을 새로 제작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S-23은 전세계 해도 제작사들의 표준 역할을 해왔다. 특히 1929년 초판부터 1953년에 개정된 3판까지 동해는 계속 일본해로 표기됐다. 일본은 이를 근거로 동해가 일본해라는 주장을 고집해왔다. 정부는 1997년 IHO회의에서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이후 동해와 일본해를 함께 쓰거나 S-23 해도의 폐기를 주장해왔다. 2017년 4월 열린 IHO 총회에서도 이 문제가 결판나지 않자 IHO 사무총장은 특정 이름 대신 '고유 번호'로 바다를 표기한 해도 제작 방안을 제안해 이번 총회에서 회원국 합의에 이른 것이다. 이로써 기존 존 S-23 해도는 '표준'으로서의 지위를 잃고 '출판물'로서만 남게 됐다.

일본 정부가 '일본해' 단독 표기를 강력하게 주장해온 점을 감안하면 IHO의 이번 결정은 정부가 각국에 펼쳐 온 설득 작업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전 세계에서 쓰이는 해도의 동해 병기율은 2002년 2.8%에 그쳤으나 올해 기준 41%까지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IHO 합의로 일본해 단독 표기를 주장해온 일본 측 논리는 설득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 측 해석은 다르다. 17일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종이(S-23) 쪽은 일본해 (표기가)가 남는다. 디지털(S-130) 쪽은 기본적으로는 전부 숫자, 그런 표기다"면서 "제대로 우리나라(일본)의 주장이 통했다"고 말했다. 기존 해도에 일본해라는 명칭은 남았고 새로운 디지털 해도에 일본해라는 명칭이 없지만 동해 명칭도 없는 만큼 일본의 승리라는 주장이다. 일본 언론들도 일본 측 주장이 관철됐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 '일본해 호칭이 유지된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당국자는 "사무총장 제안서에 S-23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역사적 변천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출판물로만 공개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강조했다. 사무총장이 굳이 '출판물'이라고 표현한 것은 S-23이 더 이상 해도 제작의 '표준' 이 아니라는 점을 공표한 것인데 일본이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S-130 해도 제작까지는 2~3년 가량 소요될 전망이어서 S-23의 표준 지위를 둔 한일 간 공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영빈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