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병원이 본관 건물인 1동 전체(11층)를 폐쇄하는 강수를 뒀다.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전혀 꺾일 조짐이 보이지 않아서다. 보건 당국은 확진자들이 병원 내에서 어떤 방식으로 감염됐는지 확인조차 안 된 상태에서 일부 병동만 부분 폐쇄할 경우 자칫 코로나가 문턱을 넘어 다른 병동으로 전파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했다. 전남대병원은 7개 병동과 1개 행정동 건물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
전남대병원은 17일 오전 9시부터 1동에 대해 무기한 동일집단(코호트) 격리 조치에 들어갔다. 병원 측은 다만, 검사 공간이 있는 1~2층과 3층에 위치한 일부 수술실에 대해선 격리 대상에서 제외했다. 1,028병상 규모의 이 병원 입원 환자 386명 중 이날 격리 조치된 1동(494병상)엔만 154명의 환자와 127명의 보호자가 입원해 있다. 병원 측은 응급실 폐쇄와 나머지 병동에서의 외래 진료 중단도 22일까지 추가 연장했다.
병원 측이 신경외과 병동(6층)에서 첫 전공의 확진자가 나온 이후 나흘 만에 사실상 건물 폐쇄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 건 '병원 내 감염' 확산세 저지가 시급하다고 판단해서다. 김성진 진료처장은 "국가 지정 감염병 거점병원인 전남대병원이 감염 확산의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어 정상 진료가 어렵다"고 말했다. 당장 지표환자의 감염경로가 밝혀지지 상태에서 관련 확진자(30명)가 속출한 터라, 1동을 격리하지 않으면 다른 병동으로의 감염 확산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병원 측이 직원들이 각 층별로 특정 장소를 출입할 때는 보호복을 착용하도록 하고, 격리구역 근무자에 대해선 병원과 자택 이동 외에 외부 접촉을 금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병원 폐쇄가 이어지고, 의료진(의사 39명·간호사 121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병원 의료 기능의 마비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이미 기존에 외래를 통해 항암주사·방사선 치료 등을 받아온 중증 응급 환자에 대한 진료는 중단됐다. 병원 내 19개 수술실에서 평일에만 평균 80여건씩 진행되던 수술도 급한 수술이나 중증 입원 환자를 제외하곤 모두 멈췄다.
이미 진료를 예약했던 환자들의 당혹감도 커지고 있다. 전남대병원 재진 외래 예약자는 하루 평균 3,600여명, 신규 예약자는 400여명에 달한다. 병원 측이 22일까지 외래 진료를 중단하면서 2만1,600여명의 예약 환자들은 날짜를 변경하거나 예약을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이날 오전부터 1동 출입문 앞에는 사전에 전화로 약 처방전을 신청한 예약 환자들이 장사진을 쳤다. 이에 병원 측은 비대면 전화 처방을 할 수 있도록 조치 중이지만 환자들은 불안한 표정이었다. 이날 병원에서 만난 70대 여성은 "부정맥 치료를 위해 한 달 한 번씩 약 타러 오는데 이게 뭐냐. 1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렸다. 이러다가 병이 덧나겠다"고 말했다.
입원 환자의 병원 이송도 문제다. 전남대병원은 중증질환자 등 반드시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를 제외한 나머지 환자들에 대해 병원을 옮기도록 하고 있다. 현재 입원 환자 300여명이 지역 내 2·3차 병원으로 옮겼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환자들을 조급히 다른 병원으로 옮기면 심리적 불안 등으로 되레 병세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입원 환자들이 다른 병원 응급실 등으로 '엑소더스'하면서 지역에 있는 큰 병원들도 비상이 걸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조선대병원 관계자는 "전남대병원 부분 폐쇄 이후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20%가량 늘어 경증환자는 돌려 보내고 있다"며 "환자 전원 요청이 있더라도 병상 부족으로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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