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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송아지의 정체

입력
2020.11.18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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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엄마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송아지가 엄마소를 닮는 것은 당연하다. 어쩌면 어릴 때 배운 첫 유전자 이론일 이 노래를 듣다 보면 그림이 그려진다. 푸른 풀밭에 어슬렁거리는 소들과 그 사이를 뛰어다니는 철없는 송아지가 그 주인공이다. 얼룩송아지는 어떻게 생겼을까? 대부분 어딘가에서 본 젖소를 떠올린다. 그런데 얼룩송아지는 흰 바탕에 까만 반점이 여기저기 그려진 그 모양이 아니라, 털빛이 얼룩얼룩한 송아지를 이른다. 겉이 얼룩얼룩한 동물이나 물건을 ‘얼룩빼기’라고도 한다. 시와 노랫말로 익숙한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그 얼룩빼기 황소도 까만 반점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는 젖소가 아니다. 온몸에 칡덩굴 같은 어룽어룽한 무늬가 있다는 ‘칡소’도 있다.

여기쯤에서 궁금함이 하나 더 생긴다. 황소가 왜 ‘얼룩빼기’인가? 황소는 누런 소 아닌가? ‘황’을 보면 우선 누런 색이 생각나지만, 이것은 한자가 아니라 크다는 뜻의 우리말 ‘한’에서 온 것이다. 황소는 큰 수소이고, ‘한’은 한길, 할아버지 등의 말에서 여전히 크다는 의미로 남아 있다.

말에 특별히 문제가 없더라도 말에 대한 잘못된 지식이 착오를 부른다. 탈 없는 말이 그러할진대, 문제가 있는 말이 섞여 들어가면 말이 제 구실을 못 하게 될 수도 있다. 드라마에서 그냥 쓰는 ‘좋은 아침!’은 영어 직역으로 생긴 말이다. 그럼 ‘좋은 점심!’이나 ‘좋은 저녁!’, ‘좋은 밤!’도 써도 될까? 쉽고 편하다고 따라 쓰다 보면, 그 작은 날갯짓이 머릿속 사전을 뒤흔들 태풍으로 돌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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