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동물단체, 30여곳 돼지 농가 조사
"돼지 건강 상태뿐 아니라 사육 여건 심각"
유럽 내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 중 하나인 스페인에서 돼지가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스페인은 특히 하몽(생햄)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품종인 이베리코 흑돼지의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6일(현지시간) 스페인 내 동물보호단체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촬영한 스페인 양돈 농장 30여곳의 사육실태를 담은 사진과 영상을 보도했다. 영상 속엔 갓 태어난 새끼돼지가 배설물 위에 누워있는가 하면 고름으로 뒤덮인 채 고통스러하는 돼지도 나온다. 돼지들이 사육되는 공간에 돼지 사체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장면도 있다.
이번 폭로는 스페인 동물보호단체 '트라스 로스 무로스(벽의 뒤편)'가 북동부 지역인 아라곤부터 중북부 카스티야이레온, 중남부 카스티야라만차에 이르기까지 스페인 전역에 있는 30개 이상 돼지 농장에 잠복, 조사하면서 이뤄졌다. 단체 관계자는 "돼지 중 일부는 부상 정도가 심각했다"며 "탈장을 비롯 종기, 탈구, 관절염, 조직 괴사 등을 앓고 있었다"고 전했다.
스페인의 돼지고기 사업은 지난해 매출 150억 유로(약 19조6,000억원)를 넘어설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경기가 침체되고, 이베리코 흑돼지 가격이 폭락했지만 올해 전체적인 돼지고기 소비는 8% 증가한 상황.
동물보호단체는 이러한 실태가 일시적인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일부 농장의 경우 2차례 이상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단체 관계자는 "수많은 돼지 사체를 목격한 농장에 3개월이 지난 이후 다시 방문했지만 아무 조치도 취해지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동물보호단체인 '유로그룹 포 애니멀스'는 영상을 통해 농가들이 동물을 깨끗한 환경에서 사육할 것을 규정한 EU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그룹의 농장동물 자문 수의사는 "EU법을 위반해 사육함으로써 수많은 돼지들이 고통 속에서 길러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특히 대부분의 돼지가 EU가 금지한 단미 수술을 받은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돼지 농가는 좁은 공간에서 돼지들끼리 서로의 꼬리를 물어뜯는 버릇을 막기 위해 단미 수술을 하는데 이는 트라우마와 고통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돼 EU내에서는 금지되어 있다.
문제는 스페인 양돈 산업이 최근 수년간 EU로부터 수백만 유로에 달하는 홍보비를 지원받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위원회는 지난해 '돼지고기의 지속가능성과 동물복지에 대한 논란'을 해결한다며 500만 유로(약 65억원) 지원을 승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스페인 백돈 부문을 대표하는 단체 측은 성명을 내고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스페인 농가에 대한 불법적인 공격"이라며 "8만개가 넘는 돼지 농장의 현실과는 맞지 않다"라고 해명했다. 가디언은 스페인 농림부가 이번 사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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