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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미군 철수, 알래스카 석유 시추... 트럼프 '대못 박기'에 바이든 발만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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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미군 철수, 알래스카 석유 시추... 트럼프 '대못 박기'에 바이든 발만 동동

입력
2020.11.17 15:00
수정
2020.11.17 23:4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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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아프간·이라크 미군 철수 명령 강행
"이란 핵시설 공격 검토"에 석유 시추 허가도
바이든, 코로나 백신 접종 협력 강조 여론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워싱턴 인근에서 골프를 친 뒤 백악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워싱턴 인근에서 골프를 친 뒤 백악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해외 주둔 미군 조기 철수, 이란 핵시설 폭격 검토, 알래스카 북극권 석유 시추 허가.’

대선 패배에도 불복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1월 퇴임 전 강행을 노린다고 미 언론이 16일(현지시간) 잇따라 보도한 내용들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취임 전 외교안보와 석유산업 주요 정책에 ‘대못 박기’를 시도하는 셈이다. 국제사회 힘의 공백 및 갈등, 국내 정치ㆍ사회 논란이 불가피한 사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은 마땅한 저지 수단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게 생겼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 등은 미군 관계자를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아프가니스탄ㆍ이라크ㆍ소말리아 주둔 미군 일부 철수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국방부 내에 회람된 명령 문건에 따르면 현재 4,500명인 아프가니스탄 주둔 병력은 절반으로, 3,000명 수준인 이라크 미군도 2,500명으로 줄어든다. 또 소말리아에서 훈련 및 대테러 작전을 수행 중인 700명은 완전히 철수시킬 계획이다. 이 같은 감축 방안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종료 닷새 전인 내년 1월 15일을 목표로 진행된다.

NYT는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해외 분쟁지역에서 미국이 빠져나가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때부터 외쳐온 ‘미국 우선주의’의 핵심 요소”라고 전했다. 자신의 외교 독트린 완성을 위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전 미군 철수로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 같은 군 관계자는 물론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에서도 반대하는 사안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는 물론 바이든 당선인 측과의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군 제82 공수사단 제1여단 전투팀 소속 장병들이 1월 5일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브래그에서 미군 중부사령부 관할 작전 지역으로 향하는 항공기에 오르고 있다. 중부사령부는 이란과 이라크 등 중동 및 중앙아시아 일대를 담당한다. 포트브래그=로이터 연합뉴스

미군 제82 공수사단 제1여단 전투팀 소속 장병들이 1월 5일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브래그에서 미군 중부사령부 관할 작전 지역으로 향하는 항공기에 오르고 있다. 중부사령부는 이란과 이라크 등 중동 및 중앙아시아 일대를 담당한다. 포트브래그=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현안 무리수는 이란 핵시설 공격 검토 보도에서도 확인된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백악관 회의에서 향후 수주 내 이란 핵시설에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질문했다. 공격을 염두에 둔 회의였다. 이에 회의 참석자 중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밀리 합참의장 등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군사 공격의 위험성을 거론하며 추진 금지를 설득했다고 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외교 성과인 이란 핵협정 합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파기했고,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 시 재추진을 예고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게 분명한 핵시설 공격을 논의했다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에 또 하나의 외교 악재를 넘겨주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NYT는 또 트럼프 행정부가 17일 알래스카주(州) 북극권국립야생보호구역에서 석유ㆍ가스 시추를 위한 공유지 경매 절차에 돌입한다고 전했다. 계획대로 되면 내년 1월 17일 허가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다. 2017년부터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했지만 민주당, 현지 주민 및 환경운동단체 반대에 막혀 있던 사안을 임기 막바지에 밀어붙이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 환경 보호에 무게를 싣는 바이든 당선인이 용납하기 힘든 정책 추진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델라웨어주 윌밍턴 퀸 시어터에서 경제자문단으로부터 화상 브리핑을 받은 뒤 마스크를 손에 든 채 경제와 코로나19 문제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윌밍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델라웨어주 윌밍턴 퀸 시어터에서 경제자문단으로부터 화상 브리핑을 받은 뒤 마스크를 손에 든 채 경제와 코로나19 문제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윌밍턴=로이터 연합뉴스

다만 바이든 당선인도 답답한 상황이긴 하다. 그의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폭주를 제어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시급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협력 요청에도 전혀 응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안보ㆍ환경 현안에서 순순히 협조를 할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 논의의 중요성을 거론하며 “만약 우리가 조율을 안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죽을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동시에 “(내년) 1월 20일까지 기다려야 한다면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것이 유일한 방법일지 모른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진다는 얘기다.

바이든 대통령직 인수팀은 17일 국가안보 관련 브리핑을 받는다고 발표했지만 무력한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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