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2030 '엄빠찬스' 등 85명 세무조사
서울 강남구 개포동을 비롯한 강남권 아파트 일대. 연합뉴스
#. 어머니 회사에서 일하면서 용돈 수준의 월급을 받고 사는 A씨는 최근 억대 프리미엄이 붙은 아파트 분양권을 사들인 뒤 중도금과 잔금을 납부했다. A씨의 소득만 봤을 때 아파트를 취득할 여력이 없었다. 이에 국세청은 A씨의 어머니가 분양권 매수대금(기존에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 프리미엄)과 분양권 매수 후의 중도금, 잔금을 대납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아파트 가격과 분양권 가격이 동시에 급등하면서 불안감에 빠진 20대와 30대의 '영끌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국세청은 이들 중 자금 조달 능력이 부족해 이른바 ‘엄빠 찬스(엄마ㆍ아빠를 통해 일을 해결하는 것)'를 이용하면서도 증여세를 내지 않은 사례를 다수 포착,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분양권 허위 매매·엄빠 찬스 85명 세무조사
국세청은 17일 분양권 거래나 부동산 매매ㆍ증여 과정에서 편법으로 증여세를 탈세한 ‘변칙 탈세혐의자’ 85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크게 분양권 거래(46명)와 허위 차입(39명)으로 나뉜다. 분양권 거래에서는 자녀가 사들인 분양권에 대한 중도금을 부모가 대납하거나, 분양권을 매매할 때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사례, 자녀 등 특수관계인과 분양권 거래를 하면서 시세보다 낮은 프리미엄을 받고 양도한 사례 등이 주요 조사 대상이다.
국세청은 자녀가 집을 사면서 진 빚을 부모가 대신 갚아주거나, 부모로부터 빌린 돈을 한참 동안 갚지 않다가 은근슬쩍 탕감한 경우, 실제로는 부모에게 증여를 받았는데 허위로 차용증을 쓴 사례도 살펴본다.
검증을 위해서는 자체 금융 추적조사 자료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등록된 자금 흐름 등을 살핀다. 부모나 친척에게서 빌린 것으로 신고한 자금은 실제로 이자를 지급하고 있는지, 자금을 빌려 준 것으로 돼 있는 친척이 실제로 자금을 빌려 줄 여력이 있는지도 살핀다.
어머니에게 분양권 시세보다 싸게 산 뒤 양도소득세·증여세 동시에 탈루한 사례. 국세청 제공
아버지 돈 빌려 집 산 사회초년생, 알고보니 '허위 차용증'
이번 조사 대상이 된 B씨는 어머니가 당첨된 분양권을 1억원이 채 안 되는 프리미엄(웃돈)을 주고 사들였다. 실제로는 인근 같은 평형 아파트 분양권에 수억원대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었다. 이에 국세청은 B씨는 싼 값에 아파트 분양권을 사들이면서 증여세를 탈루하고, B씨의 어머니는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것으로 보고 세무조사에 착수하게 됐다.
30대 C씨는 꼬마빌딩을 사들이면서 기존 건물주가 가지고 있던 억대의 부동산 담보대출도 함께 인수했다. C씨는 인수한 대출금을 곧 상환했는데 국세청은 그의 소득이나 보유 재산으로 볼 때 자력으로 상환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국세청은 이에 고액 자산가인 C씨의 어머니가 대출금과 이자를 대신 갚아준 것으로 보고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최근 세무조사에서는 투기과열지구에 있는 집을 사기 위해 아버지로부터 돈을 받고 허위로 차용증을 쓴 사회초년생이 적발되기도 했다. D씨는 지자체에 신고하는 자금조달계획서에는 아버지로부터 돈을 빌린 것으로 기재하고 차용증도 썼다. 하지만 국세청 조사 결과 차용증이 가짜라는 것이 밝혀졌고, 억대 증여세를 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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