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GS합병은 '커머스 공룡' 디딤발일까, GS25의 희생일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GS합병은 '커머스 공룡' 디딤발일까, GS25의 희생일까

입력
2020.11.18 04:30
0 0

편의점 1위 GS리테일과 홈쇼핑 1위 GS홈쇼핑 합병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 통합으로 시너지 노려
채널별 특성 다른데 덩치만 커지나 우려 시선도
이종 유통 플랫폼 결합엔 세부적 실행 계획 필요

GS리테일이 GS홈쇼핑을 흡수합병한다. 편의점, 모바일 커머스 등 오프라인과 온라인 유통 채널을 통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게 두 기업의 계획이다. 게티이미지뱅크

GS리테일이 GS홈쇼핑을 흡수합병한다. 편의점, 모바일 커머스 등 오프라인과 온라인 유통 채널을 통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게 두 기업의 계획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유통업계에 합종연횡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를 중심으로 폭풍 성장하고 있는 쇼핑 시장에 대응하면서 오프라인 점포나 물류 네트워크 활용도를 높이는 게 공통적인 목표다. 네이버와 CJ그룹의 지분교환, 이마트와 SSG닷컴 수장 통일 등은 유통 채널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고민에서 나온 결정이다.

최근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합병도 다르지 않다. 편의점 1위인 GS25를 가지고 있는 GS리테일과, 홈쇼핑 1위이자 모바일 커머스에 집중하고 있는 GS홈쇼핑을 합쳐 오프라인과 온라인 결합 시너지를 내겠다는 포부다. GS홈쇼핑을 흡수하게 되는 GS리테일은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초대형 커머스 기업의 탄생"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시장의 의구심이 없는 건 아니다. GS리테일이 큰 그림을 '어떻게' 구현해낼 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GS가 말하는 시너지는 채널 통합·상품 확대

GS리테일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 통합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편의점(GS25), 슈퍼마켓(GS더프레시), 호텔(그랜드 인터컨티넨탈 등), H&B(헬스&뷰티)숍(랄라블라) 등의 오프라인 채널을 가지고 있고, TV홈쇼핑을 비롯해 GS숍, GS프레시몰 등 온라인 판매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관리하면 고객에게 일관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고, 다양한 경로로 들어오는 고객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GS리테일이 제시한, GS홈쇼핑 흡수합병으로 예상되는 시너지 효과들.

GS리테일이 제시한, GS홈쇼핑 흡수합병으로 예상되는 시너지 효과들.


채널이 통합 관리되면 패션, 리빙, 건강 카테고리에 강한 홈쇼핑이 확보하고 있는 거래선과 편의점 및 슈퍼마켓의 신선식품 거래선 관리 주체가 통일되기 때문에 발주 물량이 대폭 커지게 된다. 바잉파워(구매력) 상승으로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상품 구색을 다각화한 뒤 홈쇼핑TV 채널을 활용한 대량 판매, 편의점이나 슈퍼 매장 내 매대 마련 등으로 판매력도 늘릴 수 있다고 GS 측은 보고 있다.

홈쇼핑과 편의점 통합, 말처럼 쉬울까

하지만 단순 통합만으로 저절로 시너지가 나오는 건 아니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편의점은 기본적으로 가맹 사업이기 때문에 각 점포 점주들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풀어가는 일도 만만치 않다. 편의점에서도 이미 유사한 상품군을 팔고 있는데 홈쇼핑이나 온라인몰 상품을 같은 채널에 추가한다면 '카니발리제이션'(자기시장잠식)이 일어날 수도 있다.

롯데는 온·오프라인 통합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펼쳐온 기업이다. 소비자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면서 상품을 검색, 구매할 수 있도록 각 채널 특성을 결합해 어디서든 같은 매장을 이용하는 것 같은 쇼핑 경험을 준다는 '옴니채널' 전략의 전도사 격이다. 롯데마트 상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주유소에서 픽업할 수 있도록 하거나 롯데 유통사와 식품사 상품을 주문하면 롯데리아가 물건들을 모아 배달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아직 큰 성과를 보진 못했다. 2018년 융·복합 콘텐츠 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며 합병한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 효과도 아직 눈에 띄지 않는 실정이다.

GS리테일은 편의점과 H&B(헬스&뷰티)숍 결합도 시도하고 있다. GS25는 이달 6일부터 GS의 H&B숍인 랄라블라의 상품 60여종을 편의점 점포 안에서 팔기 시작했다. 올해 말까지는 수도권 점포에서 뷰티 전용 매대를 운영하고, 2022년까지 2,500개 점포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GS리테일 제공

GS리테일은 편의점과 H&B(헬스&뷰티)숍 결합도 시도하고 있다. GS25는 이달 6일부터 GS의 H&B숍인 랄라블라의 상품 60여종을 편의점 점포 안에서 팔기 시작했다. 올해 말까지는 수도권 점포에서 뷰티 전용 매대를 운영하고, 2022년까지 2,500개 점포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GS리테일 제공


유통기업 관계자는 "채널을 통합한다며 홈쇼핑 상품을 집 앞 편의점에서 수령하거나 반품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 한들, 편의점주에게 어떤 이득이 가는지 의문"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롯데의 '롯데온', 신세계 'SSG닷컴'과 같은 통합 온라인몰이 네이버, 쿠팡 등의 거래액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매장들을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에 욱여넣는다고 통합 효과가 바로 나오는 게 아니라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상품 구색 확대에 대한 회의적 시선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GS는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의 MD(상품기획) 통합 전략을 추진해 매입 물량 확대 효과를 노린 바 있는데, 몇 달 전 마카롱 1차 물량이 이틀 만에 팔리자 다양한 채널에서 더 많이 팔겠다며 매입량을 대폭 늘렸다가 재고만 떠안게 된 적도 있다"며 "각 채널마다 잘 팔리는 상품이 다른데, 단순히 매입 물량을 늘려 단가를 낮추는 게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어깨 무거워지는 편의점 1위 GS25

결국 GS리테일의 핵심이자 알짜 사업인 GS25의 경영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GS리테일은 자사 H&B 브랜드인 랄라블라 매장에서 파는 화장품을 GS25 점포 안에서 팔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랄라블라 매대를 장사가 잘되는 GS25로 옮기고 랄라블라 사업은 철수시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올해 3분기 랄라블라를 포함한 기타사업부문은 21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TV 시청 인구 감소로 하락세를 걷는 홈쇼핑과, 기존 이커머스 업체에 비하면 경쟁력이 낮은 온라인몰 사업까지 GS25가 떠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GS리테일 3분기 실적 현황

GS리테일 3분기 실적 현황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업계 사람들이 쓰는 말 중 '대기업병'이란 게 있다"며 "기업 덩치가 커지면 관계사들을 다 짊어지느라 바뀌는 시장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를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편의점의 경쟁력은 규모의 경제 이전에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맞춰 신속하게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여 새 고객을 만드는 데 있는데, GS25가 이번 합병 이후 온라인몰이나 홈쇼핑 전략과 연계하느라 짐을 잔뜩 들고 달리는 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8년 유사한 방식으로 합병이 이뤄졌던 CJ ENM과 오쇼핑도 뚜렷한 시너지를 보이지 못하면서 현재 기업가치가 합병 당시를 하회하고 있다"며 "목표 달성을 위한 세부 계획 없이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불확실성이 남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맹하경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