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강을준 오리온 감독에게 ‘고양의 수호신’으로 불리는 이승현(28ㆍ197㎝)과 수호신의 보좌관을 자처한 이종현(26ㆍ203㎝)이 오리온을 번쩍 들어올렸다.
고려대 선후배로 대학 시절 이후 6년 만에 한 팀에서 호흡을 맞추게 된 둘은 지난 11일 이뤄진 오리온-KCC-현대모비스의 삼각 트레이드 후 최근 2연승을 이끌었다. 트레이드 전까지 6승7패에 그쳤던 팀 성적은 8승7패로 5할 승률을 넘겼다.
오리온은 ‘이적생’ 이종현 효과를 톡톡히 봤다. 삼각 트레이드로 현대모비스를 떠나 오리온에 합류한 이종현은 이승현과 함께 뛰며 위력적인 높이를 구축했다. 여기에 외국인 듀오 제프 위디(211㎝)와 디드릭 로슨(202㎝)도 버티고 있어 제공권에서 상대 팀에 우위를 점했다.
특히 공격 리바운드가 압도적이었다. 14일 삼성전에서 16-10, 16일 전자랜드전에서 16-8로 앞섰다. 이종현은 두 경기에서 공격리바운드를 3개씩 건졌다. 덕분에 오리온은 동료가 슛을 실패하더라도 리바운드에 이은 득점으로 점수를 쉽게 쌓았다.
지난 2년간 두 차례 큰 수술을 받아 7경기만 뛰며 총 7점 11리바운드를 기록했던 이종현의 대반전이다. 이적 후 이종현은 벌써 2경기 동안 21점 10리바운드를 찍었다. 위디는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인데, 왜 전 소속팀에서 많이 뛰지 못했나”라며 궁금해했다.
이종현이 반등할 수 있었던 데는 이승현의 존재가 컸다. 이종현에게 2년 선배 이승현은 중학교 시절부터 선망의 대상이었다. 때문에 대학 진학도 이승현이 있는 고려대를 선택했다. 2014년 이승현이 전체 1순위로 프로에 가면서 흩어졌지만 둘은 지난해 ‘우정 반지’를 따로 맞췄을 만큼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다. 강을준 오리온 감독은 이런 둘을 보고 “전생에 부부였던 것 같다”며 웃었다.
사실 둘은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빅맨’으로 한 팀에서 뛰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6년 전체 1순위 지명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이종현이 잦은 부상 탓에 가치가 떨어지면서 생각보다 빠르게 한솥밥을 먹게 됐다.
이승현은 트레이드 소식 후 아킬레스건과 무릎 수술로 시련을 겪은 이종현을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종현이가 2년 연속 크게 다치면서 힘들어 했을 당시 ‘걸어온 길이 있는데 내가 도와줄 테니까 다시 해보자’고 했다”면서 “멱살이라도 잡고 끌고 가겠다”고 밝혔다. 가장 힘든 시기에 큰 힘이 된 형의 한마디에 이종현은 “덕분에 잘 버틸 수 있었다”며 “두목 같은 리더십과 수호신 같은 든든함이 있는 형이다. 이제는 내가 수호신의 보좌관으로 잘 보좌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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