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라는 생각의 차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국내 연구자들이 뇌 과학 영역에서 이 둘을 비교한 연구를 발표했다.
서울대병원과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권준수 연구팀(장대익, 이상훈, 김택완)은 정치 성향에 따른 뇌 연결망 차이를 최초로 발견해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트’ 최신호에 보고했다.
연구팀은 106명의 성인을 정치 성향 척도로 설문 조사해 보수·중도·진보 등 세 그룹으로 평가한 후, 각각의 뇌 기능 네트워크를 살펴봤다. 그 결과 심리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뇌 영역들 사이의 신호전달 체계가 정치 성향에 따라 달랐다.
뇌는 여러 신경망과 다양한 연결을 통해 주변의 어려움에 적응하는 기능을 갖는다. 보수 성향 사람은 자기 조절 능력이나 회복 탄력성과 관련이 있는 뇌 기능적 연결성이 진보보다 5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즉, 보수 성향의 뇌는 심리적 안정성이 진보 성향의 사람보다 높은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진보와 보수 성향의 사람은 정치적 쟁점에 대해 대립되는 의견을 보인다. 진보는 사회적 평등과 같은 ‘공평성’을 중시하는 반면, 보수는 경제적 안정과 안보와 같은 ‘조직의 안정성’에 더욱 무게를 둔다.
국제 연구들에 따르면 진보와 보수 성향의 생각 차이는 사회 문제를 받아들이는 심리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진보 성향의 사람은 모호하고 새로운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보수는 위험한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보고됐다.
뇌 과학 발전으로 뇌 영상 기술을 통해 사람의 심리 메커니즘을 뇌 변화를 통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정치 심리의 뇌 과학으로 최근 등장한 신경정치학 연구는 정치 성향과 관련한 핵심 뇌 영역들을 보고했다.
영국 엑서터대와 미국 UCSD 연구팀에서 미국 민주당원/공화당원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보수인 공화당원에서 위험이 동반된 의사결정을 하면 편도(amygdala)가 과활성화되고, 섬피질(insula) 활성도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위험 자극에 보수가 더 민감하게 뇌가 반응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뇌의 전체적인 기능적 연결성을 연구한 보고는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권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는 휴지기 상태의 뇌에서 진보와 보수의 차이를 관찰했다. 정치 성향에 따라 뇌의 기능적 연결망도 다르게 설계돼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김택완 연구원(서울대 뇌인지과학과, 1저자)은 “정치적 성향에 따른 ‘생각의 기반’이 다름을 안다면 다른 성향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권준수 교수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뇌기능 차이가 생겨난 것인지, 뇌기능 차이로 인해 정치적 성향이 다른 것인지는 알 수 없다”며 “다만 정치적 입장에 따라 뇌의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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