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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읽어야 정확"… 되찾은 조선 해시계 '앙부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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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읽어야 정확"… 되찾은 조선 해시계 '앙부일구'

입력
2020.11.17 09:00
수정
2020.11.1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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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경매로 매입해 올 8월 환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경매 매입을 통해 올 8월 미국에서 환수한 조선 시대 해시계 ‘앙부일구’. 문화재청 제공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경매 매입을 통해 올 8월 미국에서 환수한 조선 시대 해시계 ‘앙부일구’. 문화재청 제공

국내에 실물이 7점뿐이던 조선 시대 해시계 ‘앙부일구’(仰釜日晷) 한 점이 미국에서 돌아왔다. 예술성까지 빼어난 최상품이라는 평가다.

문화재청은 미국 경매에 출품된 앙부일구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최근 사들였다고 17일 밝혔다.

이번에 환수된 앙부일구는 최상급 제품으로 평가된다. 시간ㆍ계절을 측정하는 본래 용도에 적합하게 제작돼 조선의 우수한 과학 수준을 보여주는 건 물론 정밀한 주조 기법, 섬세한 은입사(銀入絲) 기법, 다리의 용과 거북머리 같은 뛰어난 장식요소 등이 높은 수준의 예술성까지 가미하고 있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고도로 숙련된 장인이 만든 예술 작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제작 시기는 18세기와 19세기 초 사이로 추정되며, 지름 24.1㎝, 높이 11.7㎝, 무게 약 4.5㎏인 금속제(동합금)다.

더욱이 앙부일구 자체가 귀중한 유물이다. 기록만 있고 실물은 없는 조선 시대의 과학 기기류 중에서도 앙부일구는 특히 희소하다. 국내에 있는 전형적 금속제 앙부일구가 지금껏 7점에 불과했을 정도다.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2점은 보물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환수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올 1월 해당 유물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문화재청은 면밀한 조사와 검토, 국내 소장 유물들과의 과학적 비교 분석 등을 거쳐 환수 방침을 세웠다. 문제는 코로나19였다. 8월 24일 국내로 들여오기까지 3~6월 예정됐던 경매가 수 차례 취소되고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경매 매입을 통해 올 8월 미국에서 환수한 조선 시대 해시계 ‘앙부일구’. 문화재청 제공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경매 매입을 통해 올 8월 미국에서 환수한 조선 시대 해시계 ‘앙부일구’. 문화재청 제공

‘하늘을 우러러 보는(仰ㆍ앙) 가마솥(釜ㆍ부) 모양에 비치는 해 그림자(日晷ㆍ일귀)로 때를 아는 시계’라는 뜻의 앙부일구는 세종 대부터 조선 말까지 만들어진 ‘공중(公衆) 시계’다. 유교 국가에서 ‘관상수시(觀象授時ㆍ하늘을 관찰해 백성에게 절기와 시간을 알림)’는 왕의 핵심 임무 중 하나였다. 세종이 앙부일구를 처음 만들어 백성들이 시간을 읽을 수 있도록 종묘와 혜정교(惠政橋ㆍ지금의 서울 종로1가)에 설치했다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남아 있다.

앙부일구에는 이런 통치자의 애민(愛民)정신과 더불어 조선 시대의 과학 문화 발전상도 반영돼 있다는 게 문화재청 얘기다. 현대 시각체계와 비교해도 거의 오차가 없고, 절후(節候ㆍ한 해를 24로 나눈 기후 표준점)와 방위(方位), 일몰 시간, 방향 등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체계적이고 정밀한 과학 기기라는 것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앙부일구는 서울 위도에서 시간을 읽어야만 정확하다”며 “비로소 고국 하늘 아래로 돌아와 정확한 시간을 알릴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앙부일구의 이번 환수가 더 뜻깊다”고 말했다.

돌아온 앙부일구는 앞으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관리되며 자격루, 혼천의 등 다른 과학 문화재들과 함께 연구, 전시, 보고서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18일부터 내달 20일까지는 박물관 내 과학문화실에서 국민에게 특별 공개될 예정이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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