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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에 당구치고 '전방주시' 소홀…서울 지하철 마음놓고 타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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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에 당구치고 '전방주시' 소홀…서울 지하철 마음놓고 타겠나

입력
2020.11.17 14:45
수정
2020.11.17 20:3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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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선 상계역 하선 열차 추돌사고 관련 안전 분야 특별감사' 결과

16일 서울 종로구 지하철 독립문역에 정차한 3호선. 올해 1∼8월 수송 인원은 13억 5,00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억 명에서 24.9% 줄었다. 뉴스1

16일 서울 종로구 지하철 독립문역에 정차한 3호선. 올해 1∼8월 수송 인원은 13억 5,00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억 명에서 24.9% 줄었다. 뉴스1


지하철 1~8호선을 운행하는 일부 기관사가 근무 시간에 근무지를 무단이탈, 당구를 치다가 적발됐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했다. 지난 6월 5시간 동안 서울 북부 노선을 마비시켰던 열차 추돌사고는 전방을 주시하지 않고 운행하다 난 사고로 확인됐다. 수도 서울 곳곳을 잇는 ‘모세혈관’의 일탈이 서울시 감사에서 대거 적발됐다.

17일 서울시 감사위원회의 '4호선 상계역 하선 열차 추돌사고 관련 안전 분야 특별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승무사업소 소속 기관사 A씨는 올여름 근무시간에 마포구 소재 당구장을 찾아 2시간 20여분간 당구를 치다 적발됐다.

또 다른 승무사업소 기관사 B, C씨는 근무 시간에 청사에서 5km 떨어진 식당에서 밥을 먹은 뒤 인근 라이브공연카페에서 10여 분동안 공연을 보다 덜미가 잡혔다. 전반 근무에 2~3시간 열차를 몬 뒤 중간에 대기하며 후반 근무 운전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에 모두 무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한 사례였다.

감사위는 "평소 승무원들이 전반근무와 후반근무 사이 2시간30분~4시간가량의 시간을 근무시간이 아닌 것으로 알고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안전한 운행을 위해서라도 이런 잘못된 관행은 근절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사위는 해당 승무원에 대해 문책을 요구했다. 근무 대기시간의 ‘자유시간화’가 관행처럼 돼 있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서울교통공사 승무본부 관계자는 "승무원들이 중간대기시간에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한 것은 잘못"이라며 "복무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에서 지난 6월 11일 지하철 4호선 상계역에서 열차 추돌 사고 원인도 더욱 명확하게 확인됐다. 안전관리 소홀과 안전 불감증 등이 원인이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며 사고를 낸 기관사 D씨는 충돌 직전 전방을 주시하지 않고 열차를 운행했다. 또 차 내 신호기에 정지신호가 뜨고 열차가 한 차례 비상 정지하는 등 추돌 전 ‘이례적 상황’이 두 차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관사는 이를 관제센터에 보고하지 않았다. 당시 사고가 난 구간은 5시간 넘게 양방향 열차 운행이 중단됐으며,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 열차 자동제어장치 관련 비정상 작동은 사고 발생 이후 7월11일까지 한 달간 61건에 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지만 기관사들의 안전 불감증 등으로 운전상황부에 관련 내용이 기록되거나 차량 본부에 통보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1조 적자'로 초유의 비상이 걸린 공사에서 직원들의 기강 해이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된 만큼 대대적인 내부 정비가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위는 "평소 기관사들의 안전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라며 높은 우려를 표시했다. 감사위는 공사에 D씨에 대한 중징계와 개선을 욕구했다. 서울시는 내년 예산안에 지하철 운영 지원으로 500억원을 편성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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