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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만든 항공 빅딜… 세계 7위 항공사 "승자의 저주 우려 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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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만든 항공 빅딜… 세계 7위 항공사 "승자의 저주 우려 넘어야"

입력
2020.11.16 20:5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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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들이 서있다. 영종도=연합뉴스

16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들이 서있다. 영종도=연합뉴스

대한항공이 정부 지원을 받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항공업계가 생사의 기로에 처한 상황에서 국내 1ㆍ2위 항공사 모두 고사하는 걸 막기 위한 정부의 과감한 돌파 카드다. 세계 7위 대형 항공사(메가 캐리어) 탄생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자칫 두 항공사 모두 부실의 늪에 빠지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30년 양대 항공사 체제 재편

16일 정부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산경장) 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논의했다. 한진칼과 대한항공 역시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의결했다. 이에 따라 1988년 아시아나항공 창립 이후 32년간 이어진 국내 항공업계 양강 체제는 대한항공의 독주 체제로 변하고, 아시아나항공은 30여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번 통합 국적항공사 출범 계획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근본적인 구조개편 없이는 항공업계의 경영 정상화가 불확실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두 회사 통합을 통해 조속한 고용안정과 항공산업 조기 정상화로 국내 항공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두 항공사가 합병하면 자산 40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한다. 지난해 여객 및 화물 운송 실적 기준 대한항공은 세계 19위, 아시아나항공은 29위였다. 양사 운송량을 단순 합산하면 단숨에 세계 7위권까지 뛰어오른다. 국내는 물론, 세계 항공산업 구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당초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HDC현대산업개발과의 매각 거래가 무산된 이후 한진그룹 외 국내 5대그룹 등에도 인수 의향을 타진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산업 불확실성으로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한진칼에 8000억 투입

산은이 구상한 아시아나항공 매각 거래 구조는 총 3단계다. 우선 산은은 한진그룹 지주사이자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한다. 5,000억원은 11월 중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로, 3,000억원은 대한항공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교환사채는 추후 대한항공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다.

산은의 투자를 토대로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한진칼에 배정된 몫은 7,300억원으로, 주식 취득 후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29.2%가 된다. 나머지 증자 참여 자금은 시장의 개인과 기관투자자로부터 조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자금 투입을 최소화하려는 산은의 아이디어"라며 “현재 시중 유동성을 감안하면 증자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후 대한항공은 유상증자 대금을 활용, 아시아나항공의 1조5,000억원 규모 신주를 인수한다. 주식 취득 후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63.9%를 가진 최대 주주가 된다. 주식 취득 예정일은 내년 6월30일이다.

대한항공은 또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3,000억원도 인수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총 1조8,000억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이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PMI(인수 후 통합) 작업에 쓰인다. 계획이 성공하면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으로 연결되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지고 이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쳐진 거대 항공사가 2022년 출범할 예정이다.


독이 든 성배ㆍ혈세 투입 논란도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외화지출과 연료유 구매비용 절감, 항공기 구매력 강화 등 여러가지 규모의 경제 효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중국 네트워크 규모를 흡수하면 중국-미주 간 화물 공급능력이 증가해 화물운송 분야 세계 3위권도 넘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승자의 저주’나 ‘독이 든 성배’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아시아나항공 부채는 약 12조원으로, 지난 2분기 기준 자본잠식률이 56%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지난 3분기 화물 운송 확대로 겨우 적자를 면했지만 역시 부채가 23조원에 달한다. 초대형 항공사 출범이 양사 부실 위험만 더 키울 수도 있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한 16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기전 한 직원이 양 항공사 모형 비행기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정부와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한 16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기전 한 직원이 양 항공사 모형 비행기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미 정부가 국책은행을 통해 두 회사에 5조원의 재정을 투입한 상황에서 합병을 위한 추가 자금을 넣는 것은 ‘혈세 낭비’라는 비판도 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산은과 수은으로부터 지원받은 3조3,000억원을 소진했고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가 무산된 뒤에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자금 2,400억원도 추가로 지원받았다. 대한항공 역시 올 초 산은과 수은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지원받은 상태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대립하는 3자 주주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반대하는 점과 공정거래위원회와 해외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점 역시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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