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안밖 확산 차단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16일 오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전남대병원 관계자의 목소리는 축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 병원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가 19명이 연달아 나오면서 이날 일부 병동이 동일집단(코호트) 격리 조치된 터였다. 잠시 후, 7병동 1층 입구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들이 방호복까지 입은 채 병문안하러 온 방문객들에게 코로나19로 인한 출입 통제 사실을 알리며 어쩔 줄 몰라했다.
'병원 내 (코로나19)감염'이 이어지고 있는 전남대병원이 일부 시설을 폐쇄했다. 이미 의료진과 환자에 이어 병원 관리 밖에 있던 보호자까지 n차 감염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대학병원이 코로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보건 당국의 역학 조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아 병원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이날 코로나 지표환자인 신경외과 전공의(광주 546번)가 근무한 1동(본관) 6층 신경외과 병동과 확진 입원 환자가 나온 11층 감염내과 병동을 자체적으로 동일집단 격리 조치했다. 또 입원 환자 확진자가 나온 9층 호흡기내과병동도 사실상 폐쇄했다. 6층에는 환자 35명, 의사 1명, 간호사 12명, 보호자 33명 등 81명이 격리 중이며, 11층엔 환자 17명, 의사 3명, 간호사 7명, 보호자 11명 등 38명이 있다. 병원 측은 당초 응급실과 외래 진료 시설에 대한 폐쇄 기간도 당초 16일에서 17일로 하루 더 연장했다. 이날 오후 현재 환자 보호자 2명, 방사선사 1명, 1동 1층 입주업체 직원 2명과 그 지인 1명, 지인의 손주인 초등학생 2명 등 모두 8명이 추가로 확진되는 등 상황이 엄중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보건 당국은 지난 11일 신경외과 병동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환자 부부(전남 목포 거주)까지 확진되자 병원 조치와 별도로 1동 전체(12층)를 동일집단 격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3일 가장 먼저 확진 판정을 받은 전공의의 감염 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방역 당국은 이 전공의를 포함한 관련 확진자들에 대해선 증상 발현 나흘 전부터 동선 파악 등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접촉자 규모는 더 늘어날 개연성이 상당하다. 더구나 1동 1층에 위치한 입주업체의 직원들이 확진 판정을 받은 점도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전남대병원 외래 접수·수납 업무를 하는 원무과가 이 입주업체와 같은 층에 있는데다, 외래진료 환자와 면회객 등을 포함한 병원 하루 평균 방문객이 4,000여명에 달해 방문객들이 코로나에 노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8개 건물(동)이 하나로 연결된 구조이긴 하지만 1동을 제외한 다른 건물에선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서 신속한 대응으로 접촉자를 빨리 찾아낸다면 병원 전체로 전파될 가능성은 줄어들 수 있다. 광주시는 이에 따라 확진자들과 접촉 사실이 확인됐거나 동선이 겹친 의사 36명과 간호사 121명, 환자 171명, 보호자 125명 등 모두 497명에 대해 자가격리 조치했다.
보건 당국은 지역 내 코로나19 대응 거점병원인 전남대병원의 진료 차질이 다른 병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시는 우선 입원 환자들에 대해 중증도를 분류해 경증 환자에겐 퇴원을 유도하고, 퇴원이 어려운 환자들은 관내 종합병원 등으로 이송키로 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도 전남대병원 의료진 상당수가 자가격리됨에 따라 간호사 17명과 간호조무사 4명 등 21명을 긴급 지원했다. 그러나 시는 현 상황에선 신경외과 의사 2명과 간호사 5명, 간호조무사 11명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중수본에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
시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추가로 정밀 역학조사를 해봐야 최초 감염원은 물론 병원 내 감염인지 외부에 의한 감염인지를 판정할 수 있다"며 "의료 차질을 최소화하는 방안과 함께 추가 확산 차단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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