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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성추행 사건서 피해자다움 강요 못해"... 무죄판결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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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성추행 사건서 피해자다움 강요 못해"... 무죄판결 파기

입력
2020.11.16 14:3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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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본사 직원, 편의점주 추행 혐의로 기소
2심 "추행 아닌 이성 사이 장난으로 보여" 무죄

대법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법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성추행 사건 피해자가 사건 이후에도 피해를 당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는 이유로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성추행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번 대법원 판결의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편의점 본사 개발부 직원인 A씨는 2017년 4월 평소 업무로 만나던 편의점 업주에게 입을 맞추고 신체를 접촉하는 등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아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으나,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2심은 편의점 폐쇄회로(CC)TV 영상을 근거로 “이성적으로 가까운 관계에서 장난을 치는 모습으로 보이고, 추행을 당한 사람의 태도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A씨의 신체접촉을 피하면서도 종종 웃는 모습을 보이고, 추가 접촉이 가능한 범위로 피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연속적인 신체접촉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또 2심은 편의점 본사 개발부 직원과 편의점 점주의 사이가 '추행을 적극적으로 거부할 수 없는 갑을관계’로 보기도 어렵다며 “배우자와 이혼하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책임을 덜고자 A씨를 강제추행으로 신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며 사건을 되돌려 보냈다. 우선 대법원 재판부는 “항소심이 근거로 내세운 사정은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것으로, 법리에 비춰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A씨의 신체 접촉을 피하거나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는데, 이는 업무상 정면으로 저항하기 어려운 관계에 놓인 피해자의 입장에서 가능한 정도”라고 덧붙였다.

특히 대법원은 2심이 추가 증거조사를 하지 않고 1심의 결론을 함부로 뒤집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막연한 추측에 기초해 1심이 유죄 판단의 근거로 든 증거들의 증명력을 배척할 것이 아니라, 추가 증거조사를 통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유무 등에 관해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항소심이 무죄의 근거로 든 △폐쇄회로(CC)TV 영상이 일부만 편집돼 제출된 경위 △피해자가 이 사건 신고로 이혼에서 책임을 덜거나 유리한 지위를 확보한 기록상의 사정 등을 추가로 심리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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