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 생활용품 달리 '패션'은 약점
전문 SPA에 경쟁력 밀리면서 매출 줄어도
여전히 전체 카테고리 중 20% 차지
마트만의 패션으로 차별화 전략 짜기 고심
희한하다. 갈수록 존재감을 상실하고 있지만 자리만큼은 굳건하다. 매출 하향세에도 신규 매장 추가 계획까지 내놓은 곳도 있다. '장보기 공간'으로 인식된 대형마트에서 연출된 모습이다 보니, 의구심은 더해진다. 어느 순간부터 대형마트내 터줏대감처럼 인지된 패션매장 얘기다. 대형마트가 패션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트 패션 부흥기부터 침체기까지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기준 대형마트의 비 식품품목 매출증감률 추이에 따르면 의류와 잡화 품목이 지난해 9월보다 각각 28.2%, 37.1%씩 급감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패션 부문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형마트 패션에도 전성기는 있었다. 이전까지 패션 매장은 식품이나 생활용품에 밀려 매장 구석에서 구색 맞추기용으로 운영돼 왔지만 2000년대 초반 대형마트들이 중저가 의류 브랜드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식품 가격 경쟁에서 탈피하고 쇼핑 수요를 다양하게 충족시키기 위해 패션 자체브랜드(PB)를 도입하는 등 차별화 시도를 이어간 것도 이 시점이다. 대표적으로 이마트가 매장 안에서 2009년 자체 SPA(제조·유통 일괄형 패션) 브랜드 '데이즈' 운영을 시작했고 출범 당시 2,000억원이었던 연 매출이 2016년 4,680억원까지 커졌다. 롯데마트도 2016년 의류 PB '테(TE)'를 내놨고 홈플러스도 'F2F'를 운영 중이다.
암흑기는 대형마트 업황 부진에 SPA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시작됐다. 평범하고 저가라는 대형마트 의류 이미지로는 탑텐, 자라 등 전문 SPA에 맞서기에 역부족이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테' 사업 철수를 결정했고 홈플러스 'F2F'도 매장 수를 줄이는 추세다. 이마트 '데이지' 역시 "2023년 연 매출 1조원"이라는 목표와 달리 4,000억원대에서 정체기를 겪다 2018년부터 데이즈 매출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그럼에도 "포기 못 해" 이유는
부진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롯데마트는 지난 13일 서울 동대문구 롯데마트 청량리점에 새로운 패션 매장 'GN 스퀘어'를 165평 규모로 열었다. 차별화 포인트는 '원스톱' 쇼핑이다. 기본 형태는 패션 편집숍이지만 패션뿐 아니라 먹거리, 식물, 가구 등도 판매한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 공간을 꾸미는 상품을 보강해 한 공간에서 한 번에 쇼핑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GN 스퀘어 남성복의 경우는 가격 대비 높은 성능을 앞세우고 여성과 아동복은 유행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동대문 디자이너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남성복 코너에서는 맞춤형 정장 서비스도 제공한다. 여기에 가구, 인테리어 소품, 식물까지 판매해 기존 의류 전문 SPA 브랜드와 차별화를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패션 매장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여전히 양말, 쇼핑, 캠핑이나 등산 관련 옷 등을 포함하면 매출 비중이 작지 않고 신선식품이나 다른 생활용품 대비 패션 부문은 저비용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신선식품 △가공식품 △생활용품 △의류 및 잡화 등 4가지 카테고리 중 의류 및 잡화 매출이 전체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패션 매장 살리기에 성공하면 훨씬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실제 롯데마트는 동대문 디자이너 편집숍을 매장 안에 들여오거나 합리적인 가격의 남성의류 편집숍을 내놓는 등 그동안 패션 매장 경쟁력 높이기를 끊임 없이 시도해 왔다. 윤다정 롯데마트 브랜드총괄팀 MD(상품기획자)는 "가격 대비 높은 성능의 의류와 집에서의 편안한 라이프를 제안할 수 있도록 이번에 GN 스퀘어 매장을 구성했다"며 "이를 통해 대형마트의 패션 매장이 활성화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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