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왕조를 이룩한 ‘과거’ 양의지(33ㆍNC)와 ‘현재’ 박세혁(30ㆍ두산)이 정면 충돌한다.
2010년 두산의 주전 포수 자리를 꿰차 2018년까지 안방을 지킨 양의지는 왕조가 시작된 2015~16년 한국시리즈 2연패 주역이었다. 두산 전력의 60%라는 얘기를 들을 만큼 팀 내 차지하는 비중이 컸지만 2018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4년 125억원 ‘잭팟’을 터뜨리고 NC와 계약했다.
양의지가 두산에 있는 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박세혁은 준비된 포수였다. 2016년 87경기, 2017년 97경기, 2018년 89경기를 양의지의 백업으로 경험을 쌓은 그는 2019년 주전 마스크를 쓴 첫해 두산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2017~18년 양의지가 있을 때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쳤던 두산은 박세혁 체제로 2016년 이후 3년 만의 우승을 맛보면서 왕조를 지켰다.
이제 둘은 가장 높은 자리에서 동지가 아닌 적으로 재회했다. 양의지는 이적 2년 만에 NC의 창단 첫 정규시즌 1위에 큰 힘을 보태면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고, 박세혁은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왔다.
양의지는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친정 팀과 큰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자체에 흥분됐다”며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빨리 경기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시리즈가 ‘양의지 시리즈’라고 소개되는 것에 대해선 “기사는 기사일 뿐”이라며 “NC가 1위를 할 수 있었던 건 감독님과 프런트, 선수들 덕분이다. 두산과 한국시리즈를 하는 목표가 2년 만에 이뤄져 이 자리가 행복하다. 즐길 준비는 다 됐다”고 덧붙였다.
양의지의 출사표에 김태형 두산 감독은 “당연히 양의지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저놈이 어떤 놈인데”라면서 “하지만 옛정이라는 게 있으니 알아서 해라”라고 옛 제자를 압박했다. 이에 양의지는 웃음을 지었다. 양의지의 올 시즌 두산 상대 성적은 타율 0.389 4홈런 17타점으로 유독 강했다.
양의지에게 맞서는 박세혁은 “플레이오프 3차전 사전 인터뷰 때부터 양의지 선배와의 대결 질문이 당연히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며 양의지와 대결 구도를 받아들였다. 그는 “의지 형에게 많이 배웠고, 의지 형을 보면서 자랐다”며 “이번에는 대결하는 구도가 됐는데 좋은 승부를 펼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에 양의지는 “세혁이를 너무 많이 사랑하고 좋아해서 야구보다는 개인적인 생활을 많이 가르쳤다”며 친분을 강조했다.
‘상대 팀의 같은 포지션 선수보다 내가 나은 것’을 말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양의지는 “타율”이라고 말했다. 박세혁이 답할 차례가 되자 김태형 감독은 “나은 게 없다”며 “아직 박세혁이 양의지보다 배울 게 많다”고 했다.
포수 경력이나 통산 기록, 올 시즌 기록으로 볼 때 모든 지표에서 양의지가 박세혁을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양의지는 올해 타율 0.328에 33홈런, 박세혁은 타율 0.269에 4홈런을 쳤다. 하지만 박세혁은 “나이도 젊고, 다리가 좀 더 빠른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17일 막을 올리는 한국시리즈(7전4승제) 1차전에는 NC가 드루 루친스키(32)를, 두산이 라울 알칸타라(28)를 선발로 예고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