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22ㆍCJ대한통운)가 골프 명인들의 무대인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처음 출전해 한국은 물론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준우승을 거뒀다. 최근 3년 사이 미국프로골프(PGA) 2부 투어 최우수선수, PGA투어 신인왕, PGA투어 혼다 클래식 우승, 그리고 첫 마스터스 출전에서 거둔 준우승까지 누구도 기대 않았던 성과를 차곡차곡 쌓으면서, 내년 4월 다시 열릴 마스터스 무대는 물론 도쿄올림픽에 대한 기대도 높였다.
한국 남자골프 간판 임성재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ㆍ7,475야드)에서 끝난 제84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기록,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캐머런 스미스(27ㆍ호주)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이는 ‘코리안 탱크’ 최경주(50ㆍSK텔레콤)가 2004년 이 대회에서 기록한 단독 3위를 넘어선 성적이다. 이번 준우승으로 그의 세계랭킹은 지난주 25위에서 18위로 껑충 뛰었다.
우승은 임성재보다 5타 앞선 더스틴 존슨(36ㆍ미국)이 가져갔지만, 선수 본인도 “준우승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 말할 정도로 후회 없는 ‘가을의 전설’을 남겼다. 임성재는 이날 경기 초반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존슨과 격차를 한 타 차로 좁히며 우승까지 내다봤지만, 마스터스 사상 최저 타수(20언더파 268타) 기록으로 우승한 존슨을 넘어서진 못했다. 지켜본 이들도 그가 우승을 못 한 데 대한 아쉬움보단 선두를 끝까지 물고 늘어진 집념과 흔들림 없는 플레이에 찬사를 보냈다.
실제 지난 1월 초 국내에서 만난 임성재는 96명의 선수에게만 발송되는 마스터스 조직위원회의 초청장을 받아 든 것 자체만으로도 뛸 듯이 기뻤다고 했다. 소년 시절부터 TV를 보며 꿈꿔 온 무대 도전이 현실로 다가오는 듯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매년 4월 열리던 이 대회는 1934년 창설 이후 처음으로 11월로 미뤄졌다. 취소되지 않은 건 임성재로서는 다행스런 결과다.
우여곡절 끝에 처음 출전한 이 대회에서 임성재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존슨, 에이브러햄 앤서(29ㆍ멕시코)와 최종라운드 챔피언조에 편성돼 끝까지 선두를 압박했다. 나흘 내내 더블보기 이상을 기록한 적이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 경기를 펼친 임성재는 오거스타 내셔널에서도 난도 높기로 유명한 ‘아멘코너(11~13번 홀)’에서는 보기조차 단 한 차례도 허용하지 않았다. 최종일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ㆍ미국)도 12번 홀(파3)에서 기준 타수보다 7타를 더 치는 망신을 당한 구간이었기에 임성재의 활약은 더 돋보였다.
기록 면에서도 임성재는 ‘월드클래스’ 반열에 올라 선 모습이다. 임성재는 이번 대회 4라운드 동안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24개의 버디를 기록했다. 반면 퍼트는 가장 적은 102개를 기록했는데, 캐머런 스미스(108개), 더스틴 존슨(117개)보다도 훨씬 적은 수치였다. 임성재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올해 마스터스에는 갤러리가 없어서 긴장이 덜 됐다”며 “그래서 경기를 하면서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마스터스에 처음 출전해 예선 통과를 목표로 했다”면서도 “1,2라운드를 잘 치르며 자신감이 생겼는지 공동 2위로 마무리해서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고 밝혔다.
과정이 튼실했기에 앞날에 대한 기대도 크다. 2016년부터 2년간 한국과 일본에서 투어 생활을 병행한 그는 2018년부터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 해 2부 투어 올해의 선수를 수상한 그는 2019시즌 PGA 정규 투어에 입문했다. 2019시즌 PGA 투어 사상 최초로 아시아 국적 선수의 신인왕에 등극한 올해 PGA 투어 혼다 클래식 우승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PGA 투어 데뷔 후 2년 연속 상위 30명만 출전하는 투어 챔피언십에 진출했고, 메이저 대회 준우승 이력까지 추가하며 세계 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내년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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