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2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 본사 16층 회의실에서 열린 3040 뉴스이용자위원회 회의에서 위원들이 주요 이슈 대응과 관련한 평가를 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지난 달 2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 16층 회의실에서 열린 3040뉴스이용자위원회에서는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된 사건 기사를 중심으로 다른 언론사와 비교해 평가하는 자리를 가졌다. 위원장인 이나연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양형국 메디컬베처 루닛 디렉터(가정의학과 전문의),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우미연 변호사,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분석연구소장 겸 경제금융학부 교수, 이혜정 한국리서치 부장, 조용술 청년365대표가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일보에서는 이충재 주필, 이영태 뉴스룸국장(당시 뉴스3부문장)이 참석했다.
오세욱
한국일보(10월 5~19일)를 비롯해 주요 언론사 1면에 실린 기사들의 제목(온라인 기준)만 추출해 워드크라우드로 간단하게 분석해 봤다. 한국일보의 경우 전통적 의제를 주로 1면에 다루는 성향과 함께 현 정부 정책이나 운영 방향 등에 대해 비판적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었다. 1면을 신문의 얼굴이라고 생각할 때 한국일보의 현 지향점이 어디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옵티머스 펀드와 검찰 관련 소식들이 한국일보와 조선일보에서 많이 다뤄졌는데, 한국일보는 옵티머스 자체에 주목한다면 조선일보는 추미애ㆍ윤석렬 등 특정 인물을 부각하는 제목을 많이 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만의 특색을 보여주는 기사가 1면에 크게 부각되고 있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트렌드의 관점에서 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끌림’기사는 재미있게 보고 있다. ‘김진유의 도시 읽기' ‘동그람이’ ‘그렇구나! 생생과학’ ‘방방곡곡 노포기행’ 등은 주요 화두를 잘 반영하거나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판단이다.
이준영
1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기사가 많았다. 코로나 블루, 코로나 샤일록, 서민들의 생활고 문제, 코로나 양극화 문제 등을 다뤘다. 타 언론사보다 코로나19가 야기하는 사회ㆍ경제 전반의 문제에 대해서 다각적이면서도 심도 있는 접근이 돋보였다.
그 밖에 뉴노멀 시대 새로운 표준에 대한 문제의식을 보여준 ‘Q: 재택근무 중 화장실 갔다 넘어지면? A: “산재입니다”'(9월17일자), 소수자 입장을 잘 담아준 ‘시각장애인 김예지 의원의 첫 국감 분투’(10월16일자), 성폭력과 정당방위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그녀는 왜 그의 혀를 깨물었을까’(9월10일자) 기사 등이 인상 깊었다.
다만, 한국일보 1면 기사를 보면 전체적인 균형을 추구하는 느낌인데, 사회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언론사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기획기사 발굴을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양형국
신문 1면의 기사들은 독자들과 가장 먼저 만나는 소식으로, 언론사의 관점이 직간접적으로 담길 수밖에 없다. 10월 추석 연휴 이후 5일부터 17일까지 12일 동안 한국일보를 비롯한 5곳 신문사의 1면 내용을 보면, 한국일보 1면에서 다룬 기사들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 관련 내용이 많았다. 낙태법 개정 등의 주제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담담하게 기사를 다뤘다. 설문을 통해 여성단체의 의견들을 비롯한 다양한 관점을 소개하였지만 상대적으로 기사는 건조하게 내용 위주로 담겼다는 느낌이다.
타 신문사에 비해 1면에 적게 다뤄진 이슈들도 있었다. 북측 영토에서 피격된 공무원 이슈와 관련해서는 보수지에 비해, 최근 연속되는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에 대해서는 진보지에 비해 다루는 비중 자체가 적었다. 한국일보는 이념적인 대립보다는 정보의 전달에 집중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본다.
조용술
대부분 언론은 1면에서 사회적 쟁점이 되는 부분들을 다루고 있다. 또 해당언론이 지향하는 보도를 통해 특정 여론을 이끄는 형태도 보인다. 한국일보의 경우 사회적 쟁점과 거리가 있는 보도를 하는 모습이 일부 나타나거나 이미 지난 이슈를 보도하기도 해 아쉬운 측면이 있었다. 예를 들어 10월14일자 방탄소년단(BTS) 논란에 대한 중국 대응 기사를 1면 머릿기사로 배치했는데, 이 이슈가 그 전에 이미 집중 보도된 내용이어서 과연 적절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한국일보가 지향하는 방향을 빨리 설정할 필요가 있고, 기사 제목으로도 나타났으면 좋겠다.
이나연
언론매체가 갖는 의제설정 기능은 중요하다. 방송사의 헤드라인 뉴스, 신문사의 1면 뉴스는 의제설정의 힘을 갖는다. 완전히 온라인으로 가면 그 힘이 약해진다. 의제설정의 힘을 잃는 순간 언론의 힘도 없어진다. 그것을 온라인 상에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
지금 한국일보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보면 어수선하다. 이 언론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기사가 무엇인지, 이런 부분을 부각할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갈등 이슈에 대해 한국일보가 스탠스를 잘 잡고 있다고 본다. 10월8일자 김희원 논설위원의 칼럼 ‘그래도 지켜야 할 사적 공간’은 공적 인물의 사적 생활에 대해 지나치게 들여다 보고 즐기는 문제점을 잘 짚어줬다.
논란이 컸던 백신 관련 이슈도 타 언론에 비해 지속적으로 다뤘다. 백신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부모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기사를 다뤘다고 본다.
우미연
홈페이지, 애플리케이션(앱), 유튜브 채널을 주로 리뷰했다. 홈페이지 ‘포커스 취재’ 영역에서 ‘정치부 카톡방담’ 연재 기사를 매우 흥미롭게 읽고 있다. 주제 선정, 내용, 구성 모든 측면에서 만족도가 높다. 실제 카톡방에서 대화가 이루어지듯 자연스럽게 의견과 정보가 공유되는 점에서 독자들이 더 편하고 친근하게 해당 기사의 내용을 접할 수 있다. 닉네임을 사용한 익명 대화 형식도 취재기자들의 솔직한 의견을 담을 수 있어 유용한 것같다. 같은 영역의 ‘영자신문 사실 읽기’ 또한 코리아타임스의 사설을 원문과 함께 보여줘 매우 유익하다는 판단이다.
유튜브의 경우 국정감사 기간에 현장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각 동영상의 제목이 직관적이고도 재치 있는 것들이 많았다. 다만, 다툼이나 논란 위주의 영상이 많고 국정감사 본연의 취지에 맞는 정책 현안 내용이 부족한 건 다소 아쉬웠다.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 내용에 관하여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그림과 사례를 통해 설명해주고, 실생활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독자의 고민 상담’이라는 콘셉트로 구성한 것도 매우 흥미로웠다.
양형국
검색 기능을 좀더 독자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신문 기사들을 검색하며 홈페이지에 같은 제목으로 검색을 해보면 어려움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지면 제목과 온라인 제목을 이원화하는 경우 어떻게 하면 검색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홈페이지 상 지면보기가 PDF 파일로 신문 전체를 보여줄 뿐이라는 점도 다소 아쉽다. 별도로 기사 제목을 리스트화해서 링크를 통해 읽을 수 있도록 해준다면 좀더 편리할 듯싶다.
이혜정
한국일보 홈페이지 스크롤을 내리다 보니 움직이는 목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타 언론사에서는 클릭을 해야만 볼 수 있는 영상 기사들이 대부분인데, 별도의 클릭 없이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촬영한 목성의 모습을 바로 볼 수 있는 것이 새로웠다. 다만, 영상 촬영 정보들이 기사 원문에 함께 보여지지 않은 것은 다소 아쉬웠다. 또 홈페이지에 ‘지금 뜨고 있는 뉴스’ ‘관심 있을 만한 뉴스’와 더불어 ‘꼼꼼히 읽은 뉴스’까지 보여주니 타사에 비해 구성이 훨씬 체계적으로 보인다.
이나연
로이터 인스티튜트(Reuter Insitute)가 매년 언론사 신뢰도 조사를 한다. 2020년 조사에서도 한국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40개국 중 40위였다.
여기엔 뉴스 이용자들이 기사를 본인이 신뢰할 수 있는 언론사 홈페이지가 아니라 포털을 통해 접하는 것도 큰 원인이 있을 것이다. 포털 검색 엔진을 통해 뉴스를 읽는 한국인이 73%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도 없이 높다. 그런데 그 검색 엔진의 뉴스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19%밖에 되지 않는다. 보면서도 신뢰하지 않는다. 한국일보도 자체 온라인 플랫폼에서 독자를 어떻게 끌어 모을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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