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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개선 '발등에 불'...문 대통령 "스가, 특별히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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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개선 '발등에 불'...문 대통령 "스가, 특별히 반갑다"

입력
2020.11.15 19: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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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한일관계 개입할라...일본에 적극 손짓?
"극일 모드로 갔다가 결국 몰리는 형국" 지적도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세계 최대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정문 서명식에서 화상을 통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임석한 서명 모습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세계 최대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정문 서명식에서 화상을 통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임석한 서명 모습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얼어 붙은 한일 관계를 녹이려는 정부 움직임이 다급해 지고 있다. '극일'이라고까지 불린 대일(對日) 정책이 '문재인 정부 임기 말·미국 바이든 시대 개막'이라는 변곡점을 만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란 우려가 커진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적극적 화해 손짓을 보냈다. 지난 14일 화상으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존경하는 의장님, 각국 정상 여러분, 특히 일본의 스가 총리님 반갑다"고 인사했다. 특정 국가 정상을 호명하며 따로 인사하는 것은 다자외교회의장에서 흔치 않은 장면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문 대통령 뿐 아니라 다른 정상들도 (최근 취임한) 스가 요시히데 총리에게 별도의 인사를 건넸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여권 인사들의 최근 동선이 일본에 집중되고 있는 있는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의 '각별한 인사'는 관계 개선 제스처로 해석하는 게 자연스럽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최근 일본 방문은 대일 외교 모드 전환의 신호탄이었다. 지난 8일부터 나흘 간 일본을 방문한 박 원장은 스가 총리를 예방해 '김대중·오부치 선언(1998년)' 같은 탑다운 방식의 관계 정상화를 제안하고, 스가 총리의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설득했다고 한다. "스가 총리는 난색을 보였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음에도, 박 원장은 "스가 총리가 면담에서 3번을 크게 웃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며 유화적 분위기를 띄우려 애썼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13일 도쿄에서 스가 총리를 만나 서울 방문을 요청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25일 오후(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미국 대사관저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기 전 환담을 나누고 있다.헤이그=뉴시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25일 오후(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미국 대사관저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기 전 환담을 나누고 있다.헤이그=뉴시스


여권이 일본에 대한 태도를 갑자기 바꾼 것은 내년 1월 조 바이든 정부 출범과 직결돼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전통적 동맹관계 복원'을 대외정책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는 만큼, 새 행정부는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체제 부활·강화 차원에서 한일관계에 개입할 전망이다. 특히 한미일 3각 체제에 꾸준히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일본보단 과거사 문제 해결을 선결 조건으로 내세운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한일 갈등 이슈를 놓고 미국이 일본 입장에 기운다면, 청와대의 선택지는 극도로 제한될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15일 "바이든 행정부가 이끄는 동맹 질서 회복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정부 내부적으로 커진 것"이라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그간 일본과 물밑 소통 없이 강경 일변도로 간 결과, 우리가 궁지에 몰리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한일 군사정보보보협정(지소미아·GSOMIA) 종료 통보로 일본을 강하게 압박했던 때와 지금의 외교적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뜻이다.

내년 7월 도쿄 올림픽도 한일 관계를 수습해야 하는 요인이다. 문 대통령은 14일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된 것처럼,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이 '방역·안전 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개최된다면 코로나 극복과 평화에 대한 희망을 더욱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대표단 참가를 유도해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재차 띄우겠다는 의중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실제 정부는 올해 7월 열릴 예정이었던 도쿄 올림픽을 북한의 봉쇄 모드를 해제하는 분기점으로 삼으려 했으나, 코로나19로 무산된 바 있다.

일본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스가 총리는 김진표 의원의 방한 요청에 "한국 측에서 (한일관계 개선 차원에서)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생각을 내주면 좋겠다"며 곧바로 공을 넘겼다. 한국 대법원의 2018년 강제동원 판결에 따른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 문제가 먼저 해결되지 않으면 관계 정상화는 어렵다는 입장을 되풀이 한 것이다. 강제동원 배상 문제는 국내 민심과 직결돼 있어서, 한국 정부가 유연한 외교적 해법을 도출하기 어렵다. 이에 정부가 실질적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관계 개선을 원한다는 '패'만 일본에 성급하게 보여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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