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답답한 주말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데다 초미세먼지까지 엄습한 탓이다.
휴일인 15일은 가을 나들이 하기 딱 좋은, 포근한 날씨를 보였지만 코로나19에 겹친 미세먼지의 역습은 의욕부터 꺾어버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하향조정된 이후 주말이면 매표소 앞에 길게 줄을 서던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의 경우 이날은 종일 한산했다. 공원을 찾은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은 코로나뿐 아니라 초미세먼지로 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마스크 착용을 잊지 않았다.
서울 남산에 오른 시민들의 눈 앞엔 고즈넉한 가을의 도심 풍경 대신 미세먼지로 탁해진 '잿빛 풍경'이 펼쳐졌다. 코로나19보다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풍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 서울의 경우 오후 2시 기준 농도는 79㎍/㎥로 '매우 나쁨' 단계를 기록했다.
서울 수도권 등 중서부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기가 맑았던 광주 전남 지역에선 미세먼지 대신 코로나19 공포가 여지없이 휩쓸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5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208명으로, 전날 205명에 이어 이틀째 200명 선을 넘어섰다.
수도권 외에도 강원과 광주 등 지역에서도 확산이 이어지면서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의료진에 이어 환자 및 보호자까지 확진된 전남대학교가 병원 관계자 등 5,000여명에 대한 전수 검사를 실시하면서 선별진료소 앞은 종일 검사 대상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 앞에서도 오랜만에 긴 대기줄이 등장했다.
통상 코로나19 검사 건수가 줄어드는 주말과 휴일에는 신규 확진자 수 역시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번 주말은 예외다. 오히려 전날보다 3명이 늘어난 것으로 미루어 주말 이후 감염 확산세가 가파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요양병원 등 특정 장소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의 경우 접촉자 파악이나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했던 데 반해, 최근의 집단감염은 가족·지인 모임 등 일상 속에서 발생하고 있어 방역당국의 대응마저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기상청은 이번 초미세먼지 발생이 중국과 북한 등에서 유입된 미세먼지가 국내에 정체해 축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충청권 일부 지역의 경우 전국적으로 비가 예보된 17일 오후까지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스크를 절대 벗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