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혜민스님, 집 공개에…"무소유 아닌 풀 소유" 뒷말 무성

입력
2020.11.15 17:40
0 0

예능서 남산 보이는 집 공개 이후 온라인서 갑론을박
"세속적 욕망 앞선 것" vs "스님은 돈 벌면 안 되나"

2015년 1월 14일 혜민스님이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인문문화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5년 1월 14일 혜민스님이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인문문화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무소유의 삶을 강조해 온 혜민 스님이 때아닌 부동산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집을 공개한 것이 발단이 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그의 평소 언행과 맞지 않는 모습이라며 비판이 쏟아졌다. 반면 일부 누리꾼들은 종교인이 돈을 버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혜민 스님을 옹호했다.

15일 혜민 스님이 삼청동 집을 공개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SNS에선 여전히 그를 비난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날 현각 스님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혜민은) 단지 사업자나 배우일 뿐"이라는 비판 글을 올려 여론은 더 뜨거워졌다.

혜민 스님은 앞서 7일 방송된 tvN 온앤오프에서 자택과 함께 일상을 공개했다. 문제는 남산타워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이 좋은 집이었다.

이에 평소 비우기와 내려놓기를 강조해 온 그의 행보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혜민 스님은 대표작인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서 "무소유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닌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적었다. 이 문구는 지금도 혜민 스님의 명언으로 회자되고 있다.

5년 전 "삶 풍요롭지 못하면 정치 얘기한다"는 트윗 논란도

현각 스님이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혜민 스님에 대한 비판 글. 현각 스님 페이스북 캡처

현각 스님이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혜민 스님에 대한 비판 글. 현각 스님 페이스북 캡처

혜민 스님은 5년 전 일상에서 정치와 연예인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비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들이 정치 이야기를 하며 사회를 걱정하는 게 삶이 풍요롭지 못한 탓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혜민 스님은 2015년 11월 트위터에 "자기 삶의 내용이 풍요롭지 못하면 정치 이야기나 연예인 이야기밖에 할 이야기가 없게 된다"며 "쉬는 날 집에서 텔레비전만 보지 마시고 책을 한 번 사 보세요"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삶에 즐거운 자극을 주면 내가 확장된다는 것이 느껴진다"며 "내 삶의 내용이 알차면 남 일에 거품 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누리꾼들은 당시 이에 대해 "정치는 우리 삶의 한 부분인데, 삶에 능동적이라면 정치에 무관심할 수 없다"며 혜민 스님을 비판했다.

혜민 스님은 논란이 커지자 이튿날인 자신이 올린 트윗을 삭제하고 사과 글을 올렸다. 그는 "앞전에 쓸 데 없는 글을 올려서 여러분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것 같다. 죄송하다"며 "제 생각이 짧았다. 두 손 모아 참회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스스로 지나치게 도취" vs "이 정도 누릴 수 있어"

혜민스님이 7일 방송된 tvN '온앤오프' 에서 공개한 일상의 모습. tvN 제공

혜민스님이 7일 방송된 tvN '온앤오프' 에서 공개한 일상의 모습. tvN 제공

누리꾼들은 이에 방송 영상과 현각 스님 글을 공유하며 혜민 스님을 비판했다. 대체로 "그동안 거짓말을 해 온 것이냐"고 지적했다. 한 누리꾼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혜민스님은) 자신이 예쁘게 사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세속적 욕망이 앞선 것"이라며 "사람이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도취되면 자기도 모르게 이런 실수를 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무소유와 힐링을 전하면서 풀 소유를 했다니.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속물적인 모습이었다"(s*******), "스님이라기보다 연예인에 가까운 것 같다. 참선을 하는 사람들은 부를 축적하거나 유명해지는데 시간을 쓰지 않는다"(m*******), "방송과 언론 노출이 도를 넘었다. 정진하여야 한다"(t*******)" 등의 반응을 보였다.

누리꾼들은 혜민 스님의 미국 국적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한국계 외국인을 비난하는 표현인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고 비꼬았다. 1973년 대전에서 태어난 혜민 스님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이민을 떠났다. 하버드대에서 종교학 석사를 받았고, 프린스턴대에서 박사를 받았다. 현재 미국 국적자다.

반면 일부는 "스님은 돈을 벌면 안 되는 거냐"며 비난 여론이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누리꾼들은 "자신의 지혜를 방송과 책으로 나눠줄 수 있는 것인데, 늘 공짜로 나눠야 하느냐"(a*******), "수행하는 사람들은 전부 가난해야 속이 후련한가. 남들에게 깨우침과 기쁨을 준다면 이 정도는 누려도 된다"(0*******)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이 혜민 스님 개인 문제가 아닌 불교계 전체의 문제라고 비판하는 글도 올라왔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불교계에 겉으로는 덕 높은 승려인 양 행동하면서 실제 돈과 권력, 명예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자들이 부지기수"라며 "큰 스님이란 이들의 탐욕스러운 이면을 안다면 그나마 혜민 스님은 말과 책으로 자신의 낮은 살람 살이를 드러낸 순진한 좁쌀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류호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