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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치면 점유율 60%인데… ‘대한항공+아시아나’ 독과점 산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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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치면 점유율 60%인데… ‘대한항공+아시아나’ 독과점 산 넘을까

입력
2020.11.15 16:00
수정
2020.11.15 21:3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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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아시아나 회생불가' 사유 인정해야 결합 승인
한진그룹 외 다른 인수주체 없다고 봐야 예외 인정

15일 인천국제공항터미널 활주로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들이 계류돼 있다. 뉴스1

15일 인천국제공항터미널 활주로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들이 계류돼 있다. 뉴스1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이 정부 지원을 받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새로 탄생할 거대 항공그룹의 독과점 문제가 필수 해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에서 인수합병(M&A)이 일어날 때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새 기업이 시장의 경쟁 구도를 해치는지 따져 이를 승인하거나 불허한다. 두 회사의 작년 말 기준 국내 항공여객 점유율 합계가 60%를 훌쩍 넘는 걸 감안하면, 외형상 두 회사의 결합은 불허 대상이다.

이에 두 회사가 결합 승인을 받으려면 '불가피한 특수성'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시장에선 대체로 세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이번 딜이 성사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선 여객기준 시장점유율

지난해 국내선 여객기준 시장점유율


조건① 아시아나, 자력 회생 힘들다?

15일 업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두 회사의 M&A가 공정위 승인을 받으려면 우선 인수 대상인 아시아나가 회생 불가능한 회사라는 판단이 있어야 한다.

공정위는 △상당 기간 자본총액이 납입자본보다 적은 상태인지 △상당 기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지 △회생절차 개시, 파산신청이 있었는지 △금융기관이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위임계약을 체결해 관리하는지 등을 따져 회생 불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아시아나는 지난해 말부터 총 자본(9,083억원)이 납입자본(1조1,162억원)보다 적은 ‘부분 자본잠식’ 상태다. 올해 상반기에는 자본 총액이 5,605억원으로 더 줄었다. 지난해부터 이미 영업 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666억원의 이자를 떠안아야 했다.

다만 ‘상당 기간’을 어떻게 정의할지가 변수다. 앞서 공정위로부터 회생 불가 판정을 받아 제주항공과의 결합을 승인받은 이스타항공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자본잠식 상태였고, 특히 2019년에는 자본 총액이 -632억원인 '완전 자본잠식'이었다.

현대차와 결합 당시 공정위가 부실 기업으로 판정 내린 기아차는 1998년 6월 자본이 대규모 마이너스(-5조1,652억원)였고, 법원으로부터 금융기관 보유채권 정리계획도 인가받은 상태였다.

10월 21일 오전 서울 국회 앞에서 열린 이스타항공 정리해고사태 정부여당 해결 촉구 범시민사회 성명 발표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0월 21일 오전 서울 국회 앞에서 열린 이스타항공 정리해고사태 정부여당 해결 촉구 범시민사회 성명 발표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조건② 한진그룹만 인수 가능?

두 번째 조건은 한진그룹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하지 않는 경우 생산설비 등이 계속 활용되기 어렵고, 경쟁을 해칠 가능성이 낮은 다른 기업결합이 이뤄지기 어려운 경우 예외를 인정해 왔다.

공정위는 앞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2019년 말 기준 대부분 항공사가 적자이고, 올해도 코로나19로 항공운송 시장이 악화되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당시 공정위 의결서는 “항공사업 경험이 없는 제3의 사업자가 재무구조가 열악한 사업자를 인수해 새로 항공시장에 진입하는 상황을 기대하기 어렵다”고도 밝혔다. 이는 현재 아시아나항공에도 적용 가능한 논리다.

이스타항공이 4개 회사와 매각 협상을 벌이다 결렬됐다는 점도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 이유였다. 아시아나항공도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포기한 뒤 정부가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2조4,000억원 투입을 결정하기도 했다.

15일 인천국제공항2터미널에서 해외에서 입국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요원들의 안내들 받고 있다. 뉴스1

15일 인천국제공항2터미널에서 해외에서 입국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요원들의 안내들 받고 있다. 뉴스1


조건③ 조건부 인수 승인 가능성 높다?

공정위가 결합을 승인하더라도 독점 가능성이 높은 일부 노선 재편은 불가피하다. 과거 이스타항공 심사 때도 공정위 사무처(검찰 역할)는 청주~타이베이 노선 등 일부 노선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으니 시정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당시 이스타 등 업체들이 "신규 사업자 진입이 쉽다" "여객 운임에는 인가ㆍ신고제가 도입돼 있다" 등의 논리로 반박해 공정위는 별도 조건 없이 결합을 승인했다.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할 때는 “1~5톤 트럭의 국내가격 인상률을 수출가격 인상률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당시 승용차는 현대차(39.1%), 기아차(16.5%) 외에도 대우차(36.8%)라는 경쟁자가 있었지만, 트럭은 현대차(50.3%)와 기아차(44.3%)가 94.6%를 차지하는 사실상 독점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도 변수다. 한국 공정위가 승인해도 두 회사의 매출이 있는 나라에서 결합을 승인하지 않으면 그 나라에서는 영업이 제한된다.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 했을 때도 미국,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에서 심사를 진행했다. 이번에는 비행기 255대(LCC 포함시 315대)로 세계 10위 규모의 초대형 항공사가 되는 만큼 해외에서의 심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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